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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 연합뉴스

국제 외교무대에서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30분이나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늦은 오후 1시 35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 도착했다.

그러나 회담장 인근 숙소에 머물고 있던 김 위원장은 한 술 더 떠 당초 예정보다 1시간이 지난 오후 2시 5분쯤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푸틴 대통령을 30여분 기다리게 했다. 먼저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맞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에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날도 ‘어김없이’ 회담장에 늦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그는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 때는 2시간 30분 지각했다. 지난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4시간 15분이나 늦기도 했다.

지난해 7월 16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예정 시간보다 약 35분 늦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지각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더 늦게 출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그를 34분 동안 기다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각 사태’가 재발할 때마다 외교결례라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푸틴 대통령의 지각 습관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악수를 하면서 기싸움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푸틴 대통령 역시 기선 제압을 위해 일부러 지각을 하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도 이날 ‘기싸움’을 위해 의도적인 지각을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머물던 숙소와 회담장인 S동은 불과 30m 거리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숙소에서 기다렸다가 푸틴 대통령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다음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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