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미세먼지와 일대일로

입력
2019.04.25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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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육상ㆍ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한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구상이다. 고대 로마처럼 이젠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시 주석의 ‘중국특색대국외교’를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특색대국외교’의 목표는 ‘인류 운명공동체’의 실현이다. 핵무기와 기후 변화, 인공지능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한 도전은 모든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데다 어느 한 나라(미국)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만큼 전 세계가 협력해 함께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청정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자는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다.

□ 25일 베이징에서 막을 올린 제2회 일대일로 포럼은 이런 배경 아래 열리는 행사다.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7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국제통화기금 총재 등을 대거 초청한 것도 자국의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미국은 아예 고위 관리를 보내지 않았다. 일대일로를 중국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 우리로선 일대일로와 ‘중국특색대국외교’를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최대 피해국이다. 길까지 연결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상호 존중이 원칙인 외교조차 일단 대국과 소국으로 나눠 놓고 시작하는 중화주의 용어와 셈법도 거슬린다. 그 기준도 질이나 수준이 아닌 양이나 크기로 따지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함께 사는 세상을 얘기하려면 대국이든 소국이든 일단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최소한의 예의이고 기본 전제다. 실존하는 위협으로 치면 핵무기보다 더 치명적인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방출해 이웃 나라 국민들을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나라가, 그럼에도 미안한 마음은 초미세먼지만큼도 없고 오히려 “증거가 있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국가가 과연 인류 운명공동체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를 말하기 전에 먼저 ‘대기환경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순서다. 미세먼지 방출국과 운명을 같이하고 싶은 인류는 단 한 명도 없다. 미세먼지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일대일로는 일장춘몽에 그칠 수 있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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