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국회를 바꾸자! 생물(生物)국회, 그리고 상원(上院)

입력
2019.04.22 04:40
31면
재난 및 경기 대응 추경예산과 주요 민생ㆍ개혁 입법을 다뤄야 할 4월 국회는 개점 휴업이고 정치권은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국회 본청이 주변의 시설물들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오대근기자
재난 및 경기 대응 추경예산과 주요 민생ㆍ개혁 입법을 다뤄야 할 4월 국회는 개점 휴업이고 정치권은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국회 본청이 주변의 시설물들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오대근기자

국회 정치개혁을 위한 논란이 정당 간의 이해득실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이를 둘러싼 각 정당의 내부 사정도 심상치 않다. 헌데 ‘국회의원을 어떻게 선출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국회 정치개혁의 주요 아젠다로 부각되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개혁’인양 이야기되는 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국회 개혁은 무엇일까. 국가를 생각하는 활동, 동물ㆍ식물이 아닌 생물(生物) 국회가 아닐까. 거기에 겸허한 헌신과 봉사의 국회의원상(像)이 아니었는가?

국민이 바라는 국회개혁은 무엇일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역구 의석 225석, 비례대표 의석 75석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출 제도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강한 반대의사를 내보였으며 특위에 참여한 야당 내에서도 의견 충돌 조짐이 보인다. 이를 보고 있으면 국회가 국가의 장기적 비전을 논의하는 초당적 자세보다는 기득권을 어떻게 유지ㆍ확대할 것인지에 치중하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스스로의 개혁은 안되는 것일까. 시야를 넓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가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정개특위 활동이 복잡한 계산식으로 포장된 선출 방식 개편에만 머무른다면 그것이 진정한 개혁일까. 이번 기회에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의회정치 혁신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미래 세대 위한 상원(上院)기능을

우리 국회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의 국회는 하원으로 두고 상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지역구 의원들로 이루어진 하원은 지금처럼 의원 개개인이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고, 상원은 국가 전체의 장기적ㆍ전략적 과제를 다루는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 정책, 국방 정책, 대외 정책 등은 긴 호흡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는 의제들이다.

예를 들면 북한 비핵화, (초)미세먼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 저출산ㆍ고령화, 국가균형발전 등과 같은 의제들은 지역, 세대, 진영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실타래처럼 얽혀 있으면서 동시에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들이다. 또 외교, 국방, 무역 등은 글로벌 시각과 전문성이 필수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장기적 계획을 통해 구축ㆍ운영되어야 하는 전력, 상하수도, 도로, 항만과 같은 기반시설도 상원에서 다룰 수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은 우리 정치 환경에서 새로운 원(院)을 신설하는 것은 분명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일 수 있다.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제한하되 하원은 지역구 의석만으로 250석을 구성하고 상원은 50석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지역구를 대상으로 의정활동을 할 부담이 없는 상원 의원의 경우 하원 대비 50%의 세비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핵심은 하원은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면서 국내 정치를 일부 담당하게 하고 상원으로 하여금 국가 전체의 장기적 의제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누가 수구이고 누가 내일을 이야기 하는가

지구 면적의 0.1%도 안되는 국토와 세계 인구의 0.7%에도 못 미치는 인구를 가진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밀도 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처지다. 특히 아직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가 살아갈 글로벌 환경은 우리에게 더 가혹한 경쟁을 강요할 것이다. 우리의 처지와 미래상을 고려했을 때 나라의 백년을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전 국가적, 전 세계적 차원의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상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국가와 국민의 내일을 생각 할 때다.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그것은 수구(守舊)를 넘어 퇴행이 된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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