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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허덕이던 2014년 2조원 들여 6기 도입 ‘대형기 경쟁’ 참여 
 최대 800명 좌석 채우기 힘들어… A380 리스 부담에 빚 눈덩이 
아시아나항공의 A380.

한번에 5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항공기 A380은 2007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며 세계 여객기 시장을 석권할 비행기로 주목받았다. 경쟁사인 보잉의 B747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고, 에어버스는 20년간 1,200대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치의 20%에도 못 미치는 2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결국 에어버스는 지난 3월 A380의 단종을 결정했다. 경쟁력을 갖춘 중형기가 속속 등장한데다 비싼 가격과 연료비 부담, 좌석을 채울 승객 확보의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A380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에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항공기 시장 수요가 대형기에서 중형기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항공기 주력 라인업을 A380에서 중ㆍ소형기인 보잉 B737, B787 등으로 전환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뒤늦게 대형기 도입 경쟁에 집착하다 경영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4년 약 2조원을 들여 A380 6기를 도입했다. 4개의 엔진을 장착한 A380은 한번에 500명에서 최대 800명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대형기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장거리 노선인 미국, 유럽 지역에 투입됐다. 중국ㆍ동남아 노선 비중이 컸던 기존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서면서 단행한 투자였다. 그런데 이미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가 5조원에 달할 정도여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많았다.

아시아나항공이 A380을 들여온 2014년은 전세계 항공사들의 A380 주문이 감소하던 시점이었다. 당초 에어버스는 대형기로 많은 승객을 도착 지역의 허브 공항으로 수송한 뒤 인근의 서브공항들로 환승시키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가 항공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트렌드는 정반대로 흘렀다. 환승 없이 공항 간 공항으로 승객들이 이동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가 대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중형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A380은 애물단지가 됐다.

A380은 연료 효율도 낮다. 최근에는 기술 개발로 장거리 운행은 엔진 2개로도 충분한데 A380은 엔진 4개가 장착됐다. 최근 들어 잦은 유가 고공행진도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A380 6대를 금융리스(10년 할부)로 들여오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진 것도 그룹에 위기로 작용했다. A380 도입 이후 현재 남은 금융리스 비용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A380 이후 라인업 보강을 위해 추가 도입한 A350도 대형기”라며 “아시아나항공이 글로벌 항공업계의 변화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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