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난동 신고에 경찰 대응만 잘 했어도... 안타까운 죽음 막을 수 있었다

입력
2019.04.17 17:05
수정
2019.04.17 19: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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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계속된 난동에 신고, 경찰 소극적 대처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ㆍ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ㆍ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5명이 숨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의 ‘묻지마 살인’은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모(42)씨가 1년 전부터 수 차례 난동을 부려 주민들이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17일 안씨의 바로 위층에 살다 화재로 대피하던 중 안씨의 흉기에 찔려 숨진 최모(18)양은 평소 안씨로부터 상습적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양의 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최양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씨가 뒤쫓아 와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안씨는 문을 두드리며 난동을 부렸다. 이날 밤에는 최양의 집 앞에 오물을 뿌렸다.

이 장면은 이전에 안씨가 오물 등을 현관과 창문에 뿌리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하자 최양의 가족이 집 앞에 설치한 방범용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최양의 가족은 “당시 신고를 했지만 경찰에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벌금을 물리든지 해서 강력한 조치만 했더라도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안씨가 출근하는 최양의 가족에게 달걀을 던지고, 현관 앞에 오물을 가져다 놓는 등의 행패를 부리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안씨는 쉼터에 있던 동네 노인들에게도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다른 주민들과의 다툼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소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9월 25일 자신의 집 바로 위층과 자신의 동 2개 승강기에 인분을 투척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달 12일과 16일에도 오물을 뿌리는 등 여러 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소 측은 "안씨가 숨진 최양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신고 때문에 야간 하굣길에는 아파트 직원이 동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숨진 최양은 시력이 좋지 않아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다. 안씨는 지난 1월엔 진주시 자활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시비가 붙은 2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관리소는 최근 이런 안씨의 계속된 위협과 난동으로 보름 전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들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와 파출소는 직선거리로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출동 당시 미미한 신고라서 거기에 맞는 대처를 했다”고 말했다.

방화와 흉기 난동으로 5명을 살해하고 13명이 다치게 한 안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2015년 12월 15일 50㎡ 정도 크기의 임대 아파트에 입주, 혼자 살아왔다.

진주=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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