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데고 살을 베는 통증” 박근혜 측, 형 집행정지 신청

입력
2019.04.17 14:55
수정
2019.04.17 15:15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에서 발부한 구속영장 기한이 종료돼 기결수로 신분이 전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허리ㆍ목의 디스크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형 집행정지를 통한 석방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17일 서울중앙지검에 “경추 및 요추의 디스크 증세, 경추부 척수관 협착 등으로 인한 통증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다”며 치료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형의 집행을 정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신분이 이날을 기해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전환되자마자 형 집행정치 신청을 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신청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경추부 척수관 협착 진단을 받은 후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못하고 있다”며 “구치소 내에서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지금 치료와 수술 시기를 놓친다면 큰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개인 건강 문제를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형 집행정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된 후 2년이 넘는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며 “극단적인 국론의 분열을 막고, 국민통합을 통한 국격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보석허가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유 변호사는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집권한 현 정부가 고령의 전직 여성대통령에게 병중 고통을 계속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며 “기 사법처리됐던 전직 대통령 등과 비교해 볼 때도 박 전 대통령에게만 (지금의 형 집행은) 유독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 변호사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형 집행정지 신청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을 내린 것일 뿐, 이번 신청에 박 전 대통령의 의지는 개입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첫 진단을 받은 후 박 전 대통령에게 보석청구 신청을 건의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번 신청도 변호인으로 최소한의 기본적인 책임과 도리라고 생각해 (개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심경도 신청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재판에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선 “재임 중 일어난 잘못은 역사적 평가에 맡기고, 자신이 이를 모두 안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수감 기간 중 단 한 명의 정치인도 만난 적이 없고 가족 접견까지 거부했다”며 “탄핵 결정으로 정치인과 자연인 박근혜로 삶의 의미를 모두 잃은 상황이라, 사법적인 책임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이 완료된 이후 국민들의 뜻에 따라 다시 물으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신청을 통상 절차에 따라 진행키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형 집행정지 심의위원회가 원칙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행정지 신청서 사본의 첫 페이지. 정재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집행정지 신청서 사본의 첫 페이지. 정재호 기자

현재 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1심과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이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경영 승계 관련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는지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 영재센터를 지원한 것이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관계였는지 △안종범 수첩에 증거능력이 있는지 등을 따져 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 해 4월 1심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에 청탁이 없었다고 봤지만, 8월 항소심은 묵시적 청탁(명시적인 청탁은 없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청탁의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을 인정해 1심 형량(징역 24년)보다 센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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