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십억대 외상거래 중간상 잠적…종로 귀금속거리 발칵 뒤집혔다

입력
2019.04.17 10:52
수정
2019.04.17 18:5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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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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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에서 도ㆍ소매 점포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월까지 소매상 손모(41)씨와 1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원석 거래를 했다. 손씨는 귀금속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단골 중의 단골. A씨는 큰 의심 없이 외상으로 다이아몬드를 내줬다. 단골들에겐 거액의 거래대금을 몇 번에 걸쳐 나눠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게 귀금속 도매업계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씨가 사라졌다. 이런저런 일로 늘 오가던 손씨가 보이지 않았다. 두 달 정도 참다 A씨는 조심스럽게 주변 상인들과 의논했다. 더 깜짝 놀랐다. 그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채 끙끙 앓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물론 순금, 진주 원석, 고급 완제품 등 온갖 종류의 귀금속을 외상 등으로 가져간 손씨가 잠적해버린 것이다. 일부는 답답한 마음에 손씨의 가게, 집 등을 직접 찾아 다녔지만 손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서울 혜화경찰서는 손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 추적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현재까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점주는 13명이다. 한 가게당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을 떼여 총 피해액은 20억원대에 이른다. 경찰은 손씨에게 당한 가게가 30여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규모가 40억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인들에 따르면 손씨는 종로 귀금속거리를 15년 넘게 드나들었다. 여기서 도매로 떼간 귀금속을 자신의 가게에서 팔거나, 다른 소매업체에도 공급하는 중간상인 역할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거래해오면 쌓은 친분 덕택에 손씨가 두 세달 동안 여기저기 여러 가게에서 수십억원대의 귀금속을 사가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 상인들은 더 억울하다. “믿고 거래했을 뿐인데 영업 밑천을 하루 아침에 날렸다”며 울상이다. 급기야 귀금속 업계 상인들이 보는 자체 소식지에 직접 제작한 손씨에 대한 수배 광고까지 냈다.

종로 귀금속 업계에 종사하는 박모씨는 “손씨는 평소에도 자신의 경제력을 과하게 뽐내곤 했는데, 화려한 말재주와 사탕발림으로 상인들을 현혹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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