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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회견에서 조 루소(왼쪽부터), 앤서니 루소 감독, 배우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러미 레너가 어벤져스 엠블럼이 새겨진 조각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블 시리즈는 거대한 문화 현상입니다. 마블이 저의 인생도 바꿨습니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세상은 분열돼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마블 영화를 통해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제러미 레너)

마블 영화의 탄생부터 초고속 성장과 확장, 세계 제패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ㆍ마블 캐릭터들로 영화 속에 구축된 세계)를 선두에서 이끌어 온 원년 배우들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24일)을 앞두고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특히 2008년 ‘아이언맨’으로 마블 시리즈의 초석을 다진 다우니 주니어는 “10년 전 아무 근거 없이 자신감이 충만했다”며 “프로페셔널답게 최선을 다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마블은 이 영화로 10여년에 걸친 1차 대장정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의 주역들이 한국을 방문해 15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MCU의 정신적 지주인 ‘아이언맨’ 다우니 주니어와 ‘호크 아이’ 제러미 레너, ‘캡틴 마블’ 브리 라슨,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 연출자 앤서니ㆍ조 루소 형제 감독, 트린 트랜 프로듀서가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과 인도 뉴질랜드 호주 홍콩 등 아시아 11개 국가 기자들도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어벤져스4’는 마블의 22번째 작품이자 지난해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를 잇는 완결판이다. 우주 최강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가 우주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킨 뒤 살아남은 슈퍼히어로들이 우주를 구하기 위해 타노스와 최후 결전을 벌인다. 파이기 대표는 “전편은 이번 영화를 위한 전초전이었다”며 “마블 영화 22편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언맨’부터 ‘캡틴 마블’까지 마블 영화 21편이 한국에서 불러모은 관객수는 1억명이 넘는다.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는 남달랐다. 2, 3편 연속 1,000만 관객을 달성했고, 세 편 합계 관객수 2,870만명을 기록했다. ‘어벤져스4’도 1,000만 돌파를 당연시하고 있다. 파이기 대표는 “우리는 지난 10년간 팬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고 22편의 이야기를 아우르며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결말을 맺고자 했다”고 밝혔다. ‘어벤져스4’에는 극 중에서 어벤져스 은퇴를 선언했던 호크 아이가 다시 합류하고, 지난 3월 단독 영화로 마블에 입성한 캡틴 마블도 나온다. 새로이 펼쳐질 ‘MCU 2막’에 대한 단서다. 파이기 대표는 “향후 새로운 슈퍼히어로도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36900&mid=41896

연출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2014)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를 만든 앤서니ㆍ조 루소 형제 감독이 맡았다. 두 감독은 ‘어벤져스’ 3, 4편을 동시에 촬영했다. 세계 영화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앤서니 루소 감독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외하고 가장 큰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다”며 “때때로 좌절도 하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조 루소 감독은 톰 홀랜드가 주연인 ‘스파이더 맨’ 새 시리즈를 연출할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단순한 오락물로만 여겨졌던 마블 영화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철학적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개인의 희생에 기반하는 공적 정의가 정당한지 질문을 던졌고, ‘블랙팬서’(2018)는 흑인 해방을 둘러싼 이념 갈등을 담았다. ‘어벤져스3’는 공멸을 막기 위해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악당 타노스를 내세워 관객을 윤리적 딜레마에 빠뜨렸다. 조 루소 감독은 “현실에선 악당이 이기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우리가 고통을 겪어야 할 때도 많다”며 “악당의 승리를 통해 영화적으로, 그리고 카타르시스 측면에서 관객에게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여성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은 향후 마블 세계관의 변화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라 평가받는다. 지난 3월 영화 ‘캡틴 마블’ 개봉 당시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브리 라슨은 “극중 캐릭터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며 “촬영 전 9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자세도 달라지고 목소리도 강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여성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캡틴 마블’은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여정을 다루지만 모두에게 통용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벤져스4’도 분쟁과 화합 등 현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적 주제를 다룬다. 조 루소 감독은 “철학적ㆍ사회적 시사점이 내러티브에 투영됐을 때 영화가 한층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적으로 국수주의가 퍼져가는 한편으로 개인주의 또한 팽배하다. 우리 영화는 공동체라는 개념 아래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모여 공공의 적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영화는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좋은 방법”이라며 “그것이 예술의 가장 큰 효과”라고도 강조했다.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자회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브리 라슨(왼쪽부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러미 레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벤져스4’는 24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3시간 2분에 달한다. 앤서니 루소 감독은 “음료수를 많이 마시지 말고 배고프지 않게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오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웃음 지었다.

배우들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앞다퉈 고백하기도 했다. 13일 입국해 경복궁을 둘러본 레너는 “날씨도 좋았고 벚꽃도 아름다웠다”며 “한식도 좋았는데 특히 소주가 입맛에 맞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광장시장에서 먹방을 즐긴 라슨은 “먹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먹었다”며 “리움미술관에서 본 현대미술 작품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한국 방문 네 번째인 다우니 주니어는 초행인 두 배우에 비해 한층 여유로웠다. 무대에 등장하며 흥겹게 막춤을 춰 취재진에 웃음도 선사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네 번째 오니 네 배 더 좋다”며 “마블 영화는 한국 시장과 시너지를 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거기엔 내 공로도 좀 있다”고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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