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추락이 의미하는 것

입력
2019.04.16 04:40
31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5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의 면담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하고, 즉시 매각을 골자로 한 그룹의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한때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현재 재계 25위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매각 결정은 박 전 회장 퇴진과 박 전 회장 일가 보유 금호고속 지분(42.7%) 담보 제공 조건으로 5,000억원 유동성 지원과 3년 간의 경영정상화 기한을 달라는 1차 자구안을 채권단이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채권단은 대주주 사재 출연, 유상증자 등 자금난 타개를 위한 실질 방안이 자구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박 전 회장 퇴진은 명목에 그치고, 경영정상화 기간 3년 보장도 ‘시간끌기’가 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반면 수정 자구안은 구주 매각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을 즉각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채권단에 박 전 회장 일가 보유 금호고속 지분 전량(47.5%),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33.5%)을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된 건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박 전 회장이 2002년 취임 이래 무리한 차입 공격 경영으로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외형 확장에 치중하다 그룹이 자금난에 빠진 만큼, ‘오너리스크’를 벗게 된 것은 호재다. 사실 아시아나항공 실적은 2016년 매출 5조원 수준에서 2017년 6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7조원을 넘기며 영업이익 28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 새 주인이 정해지고, 구조조정을 거치면 우량회사로 거듭날 여지가 충분하다.

문제는 ‘신속 매각’과 ‘조기 안정화’다. 그러려면 채권단은 5,000억원 유동성 지원을 지렛대로 신속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교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매각 지분에 대한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 요구 등으로 매각이 표류할 수도 있는 만큼, 신속 매각이 가능한 구체적 조건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수 후보자의 조기 의사결정을 유도할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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