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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년 정호성 문자메시지 1000여건 입수]
박근혜 청와대 고위직 인사 ‘선거법 위반 수사’ 무마 읍소
“VIP님 위한 마음뿐, 전화 한 통만” 공사 이사직 노골적 요구도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대통령을 보필하는 ‘문고리 권력’의 비정상적 파워는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표적 폐해로 꼽혀왔다. 대통령 말 한마디가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권력구조 속에서 문고리 권력에게는 각종 청탁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이었던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청와대 재임 당시 지인들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1,000여건을 단독 입수했다. 메시지 분석 결과, 대선 캠프 출신 경력을 내세운 각종 낙하산 인사 청탁이 줄을 이었고,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내세웠던 상향식 공천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대통령 주변으로 공천 청탁이 몰렸다. 수사 무마 청탁도 일부 발견됐다. 수신인은 정 비서관이었지만, 결국은 대통령의 힘을 빌어 각종 특혜를 받으려는 시도들이었다. 대부분의 청탁은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특권과 반칙에 젖어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엘리트 계층의 비뚤어진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다.

“3년차 넘어가는데 살펴주세요”

정 비서관에게는 자칭 대선 공신들의 ‘낙하산’ 인사청탁이 특히 많이 들어왔다.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해달라거나, 정 비서관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낙하산들이 가고 싶어하는 자리는 업무 부담이 적은 공기업이나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고위 공직이 대상이었다.

A씨는 2015년 11월 11일과 11월 13일, 12월 21일 세 차례에 걸쳐 정 비서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직 해양수산부 장관의 추천으로 인천공항공사의 비상임이사로 지원하게 됐는데 선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는 인연을 소개한 뒤 “(지금도) VIP님을 위한 마음뿐이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허용된다면 가고 싶다”고 에둘러 부탁했다. 그는 특히 “비서관님께서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전화만 넣어 주신다면 잘 될 것 같습니다”라며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보내기도 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 자리도 인사청탁 대상으로 거론됐다. 2016년 3월 9일 해외 거주중인 B씨는 “VIP 당선을 위해 국내외에서 많이 도왔는데 하다 못해 평통 상임위원도 한번 못했네요. (대통령 임기) 3년차 넘어가는데 한번 살펴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고 보냈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부도 문고리 권력에 청탁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5년 11월 12일 선관위 간부인 C씨는 선관위의 상임위원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정 비서관에게 “선관위에서 좀 더 봉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특히 “선관위 간부를 상임위원으로 한다는 것은 야당이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 과정에서 그걸(부동산거래 관련 의혹)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라며 청문회 통과를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상임위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어리석은 기대로 토사구팽 당해

외국 대사 자리도 청탁 대상으로 자주 등장했다. 다음은 2015년 11월 24일 서울 유명 사립대 부총장을 지낸 D씨가 정 비서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정호성 실장님, 저는 ○○○부총장을 끝으로 현재는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장으로 있는 ○○○입니다. 제가 영국대사직에 지원했습니다. 현재 어려움에 처한 조선과 해운을 재건하는 데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도와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맡고 있는 자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불만을 드러낸 경우도 있었다. 서울 유명 사립대 교수인 E씨는 2016년 1월 초 외교부의 대사직을 그만뒀다. 아무런 영향력도 없고 외교부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리라 자존심이 상했다는 게 이유였다. E씨는 2016년 1월 10일 정 비서관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010년부터 이어온 현 정부 모든 인사들과의 인연을 완전히 정리합니다. 다시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아이디어도 공유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통보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신념을 다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지만 돌아온 건 오직 제 자신의 어리석은 기대와 철저한 토사구팽이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캠프에 합류했지만, 결과는 악용 당한 것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강한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힘이 돼주시면 보답할게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청탁이 밀려들어왔다. 3월 18일 변호사 출신의 국회보좌관회장협의회 의장 F씨가 정 비서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약력을 잔뜩 기재한 뒤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 외람된 줄 알면서도 새로운 힘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보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서 “단순한 변호사가 아니라 국회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으로서 당의 새로운 바람이 되고자 비례대표를 신청했습니다”라고 도움을 청했다.

이틀 뒤에는 의사 출신인 또 다른 인사가 공천 청탁을 했다. 그는 의사 출신으로 비례대표를 신청한 사람들의 실명을 열거하면서 “현재 의사 몫으로 (당에서) 염두에 둔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라고 분석한 뒤 “힘이 돼주십시오. 꼭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VIP께 보고됐는지 궁금하네”

대통령의 힘을 빌려 수사를 무마하려는 듯한 메시지도 발견됐다. 2015년 10월 23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지낸 G씨가 정 비서관에게 다급하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그는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절박한 상황이 보고됐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G씨는 정 비서관에게 “경찰 조사강도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참고인들 윽박지르고. 이 정도 도움 청할 만큼은 했잖아. 한번만 총대 메줘”라고 말했다. G씨는 특히 “VIP께 보고는 됐는지 궁금하네”라고 물으며, 대통령이 자신이 수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둔 2016년 3월 15일 G씨는 다시 한번 정 비서관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공천까지는 헤쳐왔는데, 그 짐만 덜면 확실히 (상대 후보를) 이길 자신 있다오. VIP께 편지 한 통 쓸게. 꼭 좀 전해주소. 도와주소”라고 정 비서관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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