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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간의 경사노위에서 타협 어려워
선 비준, 후 관련법 개정도 위헌 가능성
정부가 책임지고 안 만들어 국회 넘겨야
박수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ㆍ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제24차 노사관계제도ㆍ관행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 중국 상해를 다녀왔다. 현지에서는 여야 5당 원내대표단들이 참석해서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가 출범하기 전날인 4월 10일 임시 의정원이 개최되어 밤 10시부터 이튿날 아침 10시까지 격론을 벌인 끝에 임시헌장을 채택했던 상황을 재연했다.

임시헌장의 제1조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포했고 이는 그 후 100년간 이어져온 우리의 국체가 되었다. 그런데 임시헌장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구 황실을 예우한다”는 내용이다. 유생들을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참여시키기 위한 타협적 조항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 얘기를 하는 것은 최근 너무 복잡하게 얽혀버려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관련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함이다.

1919년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출범한 해이기도 하다. 그 동안 ILO는 핵심적인 노동권에 해당하는 8개 핵심협약을 채택했고 우리는 그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과 관련된 4개 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OECD에 가입할 때도 그렇고 EU와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EU는 조속한 비준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고 최근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와 공익이 합의한 비준추진 제도개선안을 도출하고 이를 국회에 넘겨 처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해고자, 실업자,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가입, 복수노조창구 단일화 제도의 법 개정과 더불어 해고자 문제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의 합법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고 사용자 대표들은 대항권 차원에서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금지 등을 같이 묶어서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노사정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타협이 현재로서는 난망하다. 타협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를 그대로 국회에 넘겨 다시 논의해야 하는데 여야간 입장 차이가 커서 여기서도 쉽게 법 개정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망된다. 노조와 시민단체 중 일부는 비준 추진 책임을 가진 정부가 먼저 비준을 하고 국회에 관련법의 개정과 비준동의의 책임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없는 정부의 선비준은 위헌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려울수록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할 수 있는 권리는 중요하다. 더구나 사용자가 불분명한 노동자들이 폭증하는 최근의 현실에서 노조로 뭉칠 권리는 보장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협약의 비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다. 이는 사회적 대화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결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노사간의 간극이 큰 안을 그대로 국회로 넘기기 전에 정부여당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후 비준을 해야 한다. 정부가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국회에서 제대로 타결이 안 된다면 결국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수밖에 없다. 이런 비준노력 과정을 잘 알린다면 EU나 ILO가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제도개혁 연착륙을 위해 우리가 가진 노사갈등의 상황과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성을 법 개정시 반영해야 한다. 이상은 소중하지만 현실과 괴리되어선 안 된다.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바도 노동법 개정시 일부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파업시 사업장 점거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노사간 감정적 대립을 줄이고 현장 노사관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공무원과 교원의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되 민주공화국에서 만인 평등의 원리에 맞지 않게 신분제로 얻는 특혜는 동시에 줄여야 한다. 백년 전 임시헌장에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든 이들의 신분적 평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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