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연애, 안전한 이별 위해선 정상 연애가 요구하는 문법 깨야”

입력
2019.04.15 04:40
수정
2019.04.15 09:4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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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도 계약이다’ 저자 박수빈 변호사의 조언 

 “계약법 적용하면 데이트 폭력ㆍ이별 범죄 예방” 

[저작권 한국일보]'연애도 계약이다'의 저자 박수빈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연애도 계약이다'의 저자 박수빈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그 자체만으로 버거운 이별 과정을 면면히 되짚게 되는 요즘이다. 데이트 폭력, 이별 범죄에 이어 정준영 등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ㆍ유포 이슈까지. 연애 혹은 만남의 끝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을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별별 사건들이 눈 앞의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애초에 그런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지”라는 말이 공허하단 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안다.

자유로운 연애, 안전한 이별을 위해선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연애도 계약이다’의 저자 박수빈(32) 변호사는 “소위 ‘정상연애’가 요구하는 연애 문법을 깨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신문 기고를 통해 요즘 연애의 면모를 논해 온 박 변호사는 출판사(창비) 권유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변호사 경험을 토대로, 계약법의 틀을 연애 과정 중에 적용하면 훨씬 덜 아프고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주제로 삼았다. “계약법은 두 주체가 각각 바라는 조건들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을 다루죠. 연애에서도 관계에 대한 협의와 약속의 과정을 거쳐보라는 게 핵심이에요. 서로 원하는 점, 원하지 않는 점을 논하지 않는 관계는 ‘표준계약서’ 대로 흘러가기 마련이거든요. 남자는 이렇게 해야 하고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 연애’ 룰대로요.”

정상 연애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심각하게는 데이트폭력 같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 “사회가 정해준 룰을 따라 연애하다 보면, 상대방 의사와 상관 없이 룰대로만 관계를 끌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죠. 나아가서는 상대가 그 룰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속박하고 폭행하기도 하고요.” 연애 관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사전 교섭’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연애도 계약이다 

 박수빈 지음 

 창비 발행ㆍ276쪽ㆍ1만5,000원 

승리와 정준영이 참여한 카카오톡단체대화방에 불법 촬영 동영상이 공유ㆍ유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인 간 불법 촬영ㆍ유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데 대해선 “사전에 법적 대응 방식을 알고 있는 것 자체로 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불법 촬영물을 갖고 협박하거나, 혹은 협박이 없더라도 소유 사실을 알게 되면 ‘유포 방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법적 방법들을 알고 있고 상대에게도 이를 알린다면 그 자체로 예방의 기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촬영에는 동의했더라도 이를 허락 없이 유포하는 것은 범죄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공유하려고 시도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알고 대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후적으로 법정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본인이 유포에 동의하지 않았고 삭제를 엄중하게 요구했다는 증거를 차근차근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성별 갈등이 심화하며 탈 연애 개념까지 유행하는 요즘 세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박 변호사는 “사랑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연애에까지 내포된 가부장적 문제를 지적하는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책 부제목을 고민할 때 ‘페미니스트로서 연애하기’ 같은 걸 떠올리기도 했지만, 남성 독자들도 적지 않을 거라 봤다”며 “실제 남성들의 피드백도 많고, 남자든 여자든 좋은 연애 대상이고 싶은데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계약법은 남녀 모두에게 방법론을 제시해준다”고 덧붙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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