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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조성된 6만5,000기의 묘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관광명소이자 도교 발원지인 라오산. 신화 연합뉴스

중국 신선(神仙)의 거주지가 묘지에 점령됐다. 신선사상을 강조하는 중국 도교의 발원지로 꼽히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라오산(嶗山)이 불법 묘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솟는 매장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몰래 무덤을 조성한 탓이다. 산기슭 곳곳에 숨겨진 불법 묘지가 6만5,000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곳은 중국인들이 “타이산(泰山)이 높다 하되 라오산만 못하다”며 흠모하는 관광 명소다. 하지만 이제 당국의 강제철거를 앞두고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통곡의 장소로 뒤바뀔 처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일부 주민들이 외부인에게 3만~4만위안(약 510만~680만원)씩을 받고 무덤을 팔아 왔다”며 “내년까지 무덤을 철거하고 묏자리를 원래대로 복구하지 않으면 최대 1만위안(약 170만원)의 벌금을 물릴 것”이라고 전했다. 라오산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얌체 짓에 참다 못한 현지 당국이 채찍을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조상을 굳이 생면부지 라오산에 모신 중국인들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정식으로 거래되는 1㎡ 너비 묘지 1기의 평균 가격은 9만위안(약 1,530만원) 수준이다. 7만위안(약 1,190만원)에서 불과 1년 만에 30%가량 폭등했다. 시세와 비교하면 불법 묘지는 그나마 반값인 셈이다.

더구나 라오산은 기운이 영험한 명산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보니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뿌리 깊은 매장 문화도 한몫을 했다. 지난 5일 청명절(淸明節)은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날로, 중국에서는 4대 명절로 치는 중요한 날이다. 중국 정부는 청명절 연휴기간인 5~7일 전국적으로 이동한 성묘객 규모를 978만명으로 집계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서비스 확충 차원에서 2009년 이후 장례식장 1,760개, 묘지 1,420기를 새로 조성했다. 또 비영리 공동묘지를 늘리고, 매장의 대안으로 수목장이 확산되는 추세다. 관계당국은 2017년 9월부터 현지 무덤 거래업소 3곳을 조사하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하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지방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아 묘지 공급이 충분치 않다 보니 날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 묘지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당국이 으름장을 놓으며 서민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공동묘지 관련 업계는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 장례산업 시장 규모는 1,000억위안(약 17조원)으로 추산된다. 급속히 진행되는 중국 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4년 후인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현재의 두 배가 넘는 2,525억위안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가파른 속도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표적 장례 업체인 푸청(福成)그룹의 경우 이번 청명절을 앞두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투자 열기를 입증했다. 당국은 쫓고, 서민들은 숨고, 업체만 배 불리는 기묘한 삼각구도가 묘지를 둘러싼 중국의 씁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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