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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관광객들 외면에 매출 급감… 여행사ㆍ교육청 등에 안심 서한문 
 토양 접합력 약해져 산사태 우려… “장마철 이전까지 응급복구 시급”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의 건물들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연합뉴스

“주말 내내 예약 취소 전화만 받았습니다.”

강원 속초시 동명동 속초항 맞은 편에서 생선구이 집을 운영하는 정희운(45)씨는 8일 오전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산불이 고성과 속초 일대를 휩쓸고 간 주말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지난 주 대비 10분의 1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산불 때문에 놀러 오기가 좀 그런지, 이번 주에 오기로 했던 단체 예약 취소만 10번은 넘게 받은 것 같다”는 정씨는 “개점휴업 상태가 며칠만 더 이어지면 생선 등 해산물의 신선도가 떨어져 못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초항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오징어순대와 함흥냉면 맛집이 많은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명물인 갯배를 타러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지만, 지난 주말 대부분 업소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닭강정으로 잘 알려진 속초 중앙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속초는 물론 고성과 강릉의 주요 관광지도 산불이 휩쓸고 간 첫 주말 된서리를 맞았다. 화재 피해를 직접 본 곳이 그리 많지 않지만,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2차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불로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망상오토캠핑장과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가 불에 탄 동해지역 관광경기도 말이 아니다. 산불이 발생한 곳이 아닌 강릉 정동진을 찾은 관광객도 미세먼지가 창궐했던 지난달 만큼 줄어 상인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강원 동해안을 덮친 대형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오후 속초시내와 아바이마을을 이어주는 갯배가 평소 주말보다 적은 관광객을 태운 채 운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원도와 이들 지자체가 도움을 호소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상춘객을 맞아야 할 거리가 썰렁해 가슴이 먹먹하다”며 “동해시를 찾는 것 자체가 산불피해 복구만큼 주민들에게 큰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이날 전국 주요 여행사와 시도 교육청에 안심 서한문을 보내 동해안에 수학여행단을 많이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등 관광세일즈에 나섰다.

산불 쇼크는 지역경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워낙 강한 불길이 휩쓸고 지나가 토양 접합력이 약해진 탓에 적은 비에도 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에 탄 재가 수분이 토양에 스며드는 것을 막아 땅이 푸석푸석해지는 마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토양 내 접착력이 떨어져 50㎜ 안팎에 비에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실제 앞서 2000년 산림 144㏊가 불에 탄 강릉시 사천면에서는 불과 40㎜ 비에도 산사태 위기를 맞았다. 같은 해 산불 피해를 입었던 동해 삼화동은 2년 뒤 태풍 루사로 인해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강원연구원 김경남 박사는 “이번 산불로 집중 호우 시 토사를 막아주는 ‘댐’ 역할을 해줄 나무가 사라진 것도 산사태 위험요소”라며 “장마철 이전까지 한꺼번에 유입되는 빗물을 막아줄 사방댐 등을 계곡에 설치하는 응급복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성ㆍ속초ㆍ동해=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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