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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한 8일 한 승무원이 조기가 걸린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진그룹은 8일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포함해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진행해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원태 사장과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 원종승 정석기업 사장 등이 당분간 그룹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지만 조 회장의 별세로 당분간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장단 회의에서 긴급한 현안은 결정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 투자나 신성장동력 발굴 등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까지 처리하는 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항공업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전략적인 판단 부재로 경쟁력 제고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회장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사옥 앞의 대한항공기를 조기로 내려 달았다. 지난해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 이후 대한항공 일부 직원들은 광화문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회사와 강하게 대립했으나 이날만큼은 조 회장의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 조 회장 일가 퇴진운동을 벌여온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성명을 내고 “조 회장의 부고에 조합원 일동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유가족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단톡방에서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조양호 회장은 우리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한 선구자였던 것은 분명하다”며 “조 회장의 별세에 애도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은 “조 회장의 빈자리는 외부 전문경영인으로 채워졌으면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짜 달라진 대한항공의 모습을 보길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경영권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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