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남방정책, 이제는 구체적으로 다가서자

입력
2019.04.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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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한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오는 11월 25~26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2009년(제주), 2014년(부산)에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세 번째 회의로, 아세안과 특별정상회의를 세 차례나 갖는 나라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그만큼 아세안이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고,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 등장이 환영 받는 이유다.

신남방정책이 더욱 평가 받는 이유는 이른바, ‘3P’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사람(People)과 사람을 연결하고, 동반 성장ㆍ번영(Prosperity), 평화(Peace) 지향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단순 신남방시장 개척에 그치지 않고 호혜적인 인적ㆍ문화적 교류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어, 인프라 건설 중심인 중국의 ‘일대일로’ 등 다른 나라의 대아세안 정책과도 차별화 된다.

아세안의 발전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교육, 환경, 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신남방정책 시작 전부터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던 경제분야 교류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다는 것이 아세안 회원국들의 지적이다. 신남방정책 시행 3년차로 접어든 현재 정부가 보다 다양하고 시의 적절한 한ㆍ아세안 협력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아세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T) 기반의 경제역량강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 6억5,000만명의 인구, 특히 평균연령 31세의 젊고 활력 있는 인구구조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아세안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IT분야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아세안에서 인터넷 사용과 모바일 기반 전자상거래는 그 어느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들의 IT접근성과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낮은 초기비용, 소비자들과의 연결성, 용이한 시장 접근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IT기반의 비즈니스에서 이 지역 여성들의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다수 아세안 여성의 IT 역량은 부족한 것은 물론, IT를 사업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은 한ㆍ아세안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아세안 여성 대상 IT 및 전자상거래 역량강화 교육을 산발적으로 실시해 왔다. 그러나 아세안이 디지털 경제 기반의 단일시장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노력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4차 산업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아세안의 변화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 한 한국은 아세안에서 이미 IT강국으로 인식돼 있는 만큼 이 사업에서 경쟁력이 있다.

아세안 여성의 IT기반 경제역량강화 사업은 아세안이 천명한 핵심 비전 및 전략에도 정확하게 부합한다. 아세안은 ‘2017 마닐라선언’에서 IT를 활용한 여성들의 경제력 강화 필요성을 천명했고 ‘2016-2025 소상공업 발전 액션플랜’을 통해 여성 영세소상공업자들의 인력개발 지원과 기업가정신(앙트러프러너십)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신남방정책의 성공 관건은 아세안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발굴하고, 그들의 꿈 실현에 있어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에 달려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세안 여성 대상 IT교육과 앙트러프러너십 교육은 아세안이 꿈꾸는 미래 청사진에 적극 부응하는 사업이다. 향후 아세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추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단단한 고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김명희 숙명여대 영문과 교수ㆍ아태여성정보통신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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