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 <35> ‘바위섬’ 로스 몬헤스 군도를 둘러싼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싸움

입력
2019.04.05 17:00
수정
2019.04.05 22:01
20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베네수엘라 만 인근의 로스 몬헤스 제도를 두고 200년 가까이 영해 경계선 분쟁을 벌여왔다. 출처: 보고타 포스트(The Bogota Post)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베네수엘라 만 인근의 로스 몬헤스 제도를 두고 200년 가까이 영해 경계선 분쟁을 벌여왔다. 출처: 보고타 포스트(The Bogota Post)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만으로 이어지는 바닷길 초입에 놓인 베네수엘라령 로스 몬헤스(Los Monjes) 군도는 0.2㎢ 규모의 자그마한 섬 세 개로 이뤄져 있다. 척박한 바위 지형인지라 사람이 살지 않지만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이 곳을 놓고 지난 200여년 간 ‘총성 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군도를 손에 넣는 자가 주변 해역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된 마라카이보 호수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로스 몬헤스 군도를 놓고 다투기 시작한 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중남미 국가들의 연합국이었던 ‘그란 콜롬비아’가 해체된 1831년부터다. 별개의 나라가 된 두 나라는 마침내 1941년 영토 국경선을 설정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베네수엘라 만을 비롯한 근방 수역의 경계를 나누는 데에는 실패했다. 영해 구분을 자국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양국이 서로 다른 역사적 근거와 자료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1952년 당시 콜럼비아의 후안 올긴 외교장관이 로스 몬헤스 군도가 베네수엘라의 영토임을 인정한다는 발언을 하자 국제 사회는 이를 양국의 합의로 간주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의회가 승인을 거절하며 조정에 실패한다. 6년 뒤 1958년 UN 해양규약회의는 중간선 원칙에 따라 영해를 설정한다는 합의를 내놓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이 원칙이 콜롬비아에게만 유리하다는 이유로 합의 이행을 거부하면서 영해 구분은 또 한번 실패했다. 1960년과 1970년에도 수 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결국 실패했다.

1982년 UN에서 채택된 해양법협약은 영해 경계선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내놓았다. 해양법협약은 연안 기준선에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정했다. 또 연안 기준선 200해리까지의 해저 지형을 대륙붕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양국은 이 마저 각자 입맛에 맞게 해석했다. 콜롬비아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해리 떨어진 로스 몬헤스 군도가 대륙붕이 아니므로 이 협약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간선 원칙에 맞춰 설정한 양국 사이의 경계선에 따라 자국 영해에 속한다고 본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자국 영토에서 뻗어 나온 대륙붕의 일부이므로 콜롬비아 라과히라 반도와 로스 몬헤스 사이의 중간선이 영해 경계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옥신각신하던 양국은 1987년 ‘칼다스 코르벳 사건’으로 군사적 대치 상태까지 치달았다. 콜롬비아 바르코 대통령이 이 해역에 소형 군함인 코르벳 두 대를 파견하자 베네수엘라 루신치 대통령이 곧바로 F-16 전투기와 군대를 투입하면서다. 다행히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고 콜롬비아의 코르벳이 9일 만에 철수하며 사태는 종결됐다.

양국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1995년 ‘산 페드로 알레한드리노&우레냐 선언’을 통해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협의체 개설에 합의하면서 종착점에 다다르는 듯했다. 하지만 200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선언을 파기한 데 이어, 2015년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만 인근 해역의 경계를 강화한다는 군사 칙령을 발표하면서 긴장 상태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홍윤지 인턴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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