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기초학력 대책은 따로 있다

입력
2019.04.05 04:40
수정
2019.04.05 10:40
31면

교육부가 지난 3월 29일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일제고사 부활”이라 걱정하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이 자유학기제 시행, 혁신학교 확대, 학생인권 강화 등의 영향이다”라는 추측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에 필자는 이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교육 현장에 꼭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제안하려고 한다.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토대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는 2017년과 2018년 두 해에 걸쳐 표집으로 치른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단순 비교한 것으로, 전년도에 비해 이듬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단정 짓는 것이 올바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물수능’이니 ‘불수능’이니 하는 말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즉 시험의 난이도가 주요 관심이다. 그런데 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두고는 난이도라는 잣대 대신 학생들의 성적에만 주목하여 학력 저하라고 단정 지을까? 침소봉대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진정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기초학력 대책은 따로 있다.

우선, 교사가 보호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기초학력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자. 학교는 온통 동의서 천지다. 교육부가 밝힌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하려 해도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보호자는 낙인효과를 우려해서 쉽게 동의해 주지 않는다. 이 상황에 도대체 교사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우리 헌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의무교육으로 밝히고 있다. 이 의무는 국가, 교육청, 학교의 의무이자 보호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초학력만큼은 보호자 동의와 무관하게 교사가 사명을 갖고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다음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자.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에 부합한다는 교육부 발표는 허상이다. 수업하지 않는 교원들을 제외하고 실제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 주목해야 한다.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2명, 중학교 28.4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3명, 중학교 22.9명과 비교하면 각각 1.9명, 5.5명이 많다. 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기초학력 대책이다. 한꺼번에 다 줄이는 것이 어렵다면 초등 1~2학년부터라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자. 출발선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초ㆍ중등교육법’을 전면 개정하자. 국회에 발의 중인 ‘기초학력보장법’도 취지는 좋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느 법과 마찬가지로 위원회 구성, 전담교원 지정, 지원센터 설치 등이 주된 골자다. 여기에서 파생될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학생지도는 소홀하며 서류뭉치들을 만들어 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화가 난다. 지금도 교육 뒤에 ‘진흥’ ‘촉진’ ‘보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법들이 넘쳐난다. 이 법들이 과연 입법 취지에 부합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자. 다른 법들 자꾸 만들어서 학교에 부담을 주지 말고 학교가 교육이 아닌 것에 몰두하도록 내모는 법들을 정비하자.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에 집착하면서 교육부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다. 바로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생활 행복도’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 ‘높음’ 비율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2018년에 중3 학생들은 6.7%p, 고2 학생들은 11.6%p 학교생활 행복도가 증가했다. 행복지수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던 우리 학생들이 이제 겨우 학교생활이 행복해지고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묻는다. 잣대는 공정하고 초점은 명확한가?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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