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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빌라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독주택 공시가격 격차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양 측의 ‘네 탓’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개별 단독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고강도 조사에 착수한 반면, 지자체는 개별주택 가격의 기준점인 표준주택 가격 자체가 들쭉날쭉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와 지자체가 가격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거라고 지적한다.

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 각종 세금의 부과 기준이다. 또한 기초노령연금 지급 여부 결정을 비롯해 복지ㆍ행정ㆍ보상 등 60개 항목에서 정책수단으로 활용된다.그만큼 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에 격차가 발생하며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지난 1일 지자체의 개별주택 공시가 산정 과정을 점검하고 검증기관인 한국감정원에 대해서도 감사에 착수한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용산구의 경우 올해 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주택보다 7.7%포인트, 강남구와 마포구는 각각 6%포인트 이상 낮게 책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가격 결정 과정에 부적절한 점이 발견되면 최종 공시 전에 시정하도록 지자체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민원 탓 낮은 가격 책정”

현재 단독주택 가격 공시는 정부와 지자체로 이원화돼 있다. 국토부는 매년 1월 말 지역 특성을 대표한다고 판단되는 표준주택(22만가구)를 선정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이어 지자체가 지역 내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비준표를 참고해 주택 특성, 토지 모양, 용도 등이 비슷한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참고한다. 이후 국가기관인 감정원이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개별주택 가격 산정 과정에서 일부러 상승률을 낮췄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오른 상황에서 이에 맞춰 다른 주택들의 공시가격을 조정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민원에 직면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민들의 민심 악화와 유권자 반발을 우려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주택 가격을 낮게 평가할 유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서울 강남ㆍ용산ㆍ성북 등 일부 자치구가 재벌과 부동산 부자가 소유한 고가 단독주택에 대해 시세보다 낮게 개별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청구했다며 서울시에 해당 구청장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시민감사를 청구했다.

올해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공시가 상승률. 그래픽=박구원 기자
◇지자체는 “정부가 책임 떠넘긴다”

지자체는 주택 공시가 형평성 논란이 정부의 불투명한 표준주택 가격 산정에서 비롯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표준주택 가격을 조사ㆍ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과 과정을 거쳤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나아가 애당초 표준주택 상승률 자체가 주택마다 차등적으로 적용된 탓에 개별주택 공시가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무를 담당한 서울시 자치구 세무공무원은 “지난해만 해도 고르던 표준주택 공시가 상승률이 올해는 국토부에서 내려올 때부터 인근 주택 간에도6%에서 100%까지 차이가 났다”며 “어떤 표준주택과 연계하느냐에 따라 개별주택 가격 차이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도 표준주택 공시가격 예정안 발표 뒤 항의가 나오자 별다른 기준도없이 10억원씩 깎아주지 않았느냐”며 “지자체는 국토부에서 보낸 비준표를 반영하고 감정원 검증까지 받으며 절차를 지켰는데, 구체적 공시가 산정기준도 밝히지 않았던 정부가 이제와서 책임을 떠넘기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산정기준 투명 공개해야

국토부가 “공시가격 적정성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시 업무 전반을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모두 가격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갈등이 되풀이되고 결국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부동산학회 사무총장인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이번 논란은 애초에 오답을 줘 놓고 정답을 만들라고 한 꼴”이라며 “‘깜깜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결정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 국장은 “비준표를 근거로 삼는다고 해도 어떤 값을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는만큼 지자체 역시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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