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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국영 언론 '인사이드타임'에서 공개한 웨일스 소재의 버윈 교도소의 전경. 인사이트타임 캡처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방 안에는 자물쇠가 달려있고, 밖에서 들어가려면 먼저 노크를 하는 게 원칙이다. 내부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전용 노트북이 있고, 그를 통해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여느 호텔방에 대한 설명 같지만 사실은 영국의 한 ‘감옥’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말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감방 대신 ‘방’, 죄수 대신 ‘사람’이라고 불러야 한다. 원색으로 칠해진 건물은 멀리서 보면 학교로 오해 받을 정도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의 버윈 교도소에서 이러한 ‘웰빙 감옥’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통틀어 가장 큰 교도소로 2017년 2월 문을 연 최신 시설이다. 수용 가능인원은 총 2,106명, 건설비로만 2억 2,000만 파운드(약 3,245억원)가 들었다.

이곳은 재소자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교화를 촉진해 ‘다른 나라에서도 따라 할 만한 모범 사례’를 만들려는 목표로 세워졌다. 앞서 설명한 것 외에도 다양한 게임과 종교 시설, 건강 센터와 체육관 등이 갖춰져 있다. 내부도 그림으로 밝게 꾸며져 있고, “커다란 여정은 작은 발걸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같은 희망 메시지도 곳곳에 적혀있다. 개소 당시 ‘호텔급 럭셔리 감옥’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교도관들에게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영국 교정직공무원노조의 마크 페어허스트 위원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재앙이나 다름 없는 사회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버윈 교도소는 교도관을 상대로 한 재소자의 범죄율이 가장 높다. 재소자들을 너무 부드럽게 대한 탓에 교도관들이 통제력을 잃고 있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갈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도 100여명의 교도관이 모여 “전례 없는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항위 시위를 열었다. BBC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마약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을 뿐 아니라, 침을 뱉거나 계단에서 밀치는 등 교도관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교도관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일반 교도소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노크 우선’ 원칙은 한밤중에는 적용되지 않고, 수감자가 문을 잠그려 해도 사건이 발생하거나 감시가 필요하면 교도관이 이를 저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새로운 감옥 운영 방식을 통해 재소자들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고 재활을 도와 재범률을 낮출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의 비판은 이어지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감옥은 정말 범죄자를 교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런 방향의 실험을 계속 추진 중이다. NYT에 따르면 영국 법무부는 앞으로 건설 예정인 감옥들에 ‘가혹한’ 쇠창살 대신 강화 유리와 환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재소자들이 가족들과 유대를 유지해 교화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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