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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4>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 사건
※사기를 포함한 지능범죄는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더욱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일확천금의 미끼에 낚이는 순간,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지능범죄 시리즈는 매주 화요일 그 덫을 피해가는 지혜까지 전해드립니다.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 ‘행복팀’ 사건 개요.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미(가명)씨는 일을 마치면 멍한 상태로 어두운 집에 들어선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지만 남편 없는 집은 더 고요하게 느껴진다. 주방은 쓰지 않은 지 오래다. 남편이 정미씨와 두 아들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려 줬다. 같은 농아인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남편이었다.

그랬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건 2017년 6월 15일 오전 4시쯤. 시댁 제사 전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시동생은 남편 앞으로 날아온 이자 독촉장을 꺼냈다. 남편은 그제야 사기를 당했다 고백했다. 수화로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그 다음날 새벽, 남편은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장례식장엔 남편에게서 투자금을 받았노라는 사람이 10여명 정도 찾아왔다. ‘행복팀’ 사람이라고들 했다. 기껏 찾아와선 수화로 한다는 얘기가 “우리는 잘못이 없다”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니냐” 같은 소리였다. 그 날 페이스북 등을 뒤져본 뒤에야 행복팀이 ‘농아인 사회의 조희팔’이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아인 후배 말 철석같이 믿은 남편

비극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을 찾아온 농아인 후배가 “투자금을 내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며 농아인으로 구성된 행복팀을 소개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있었지만, 장애와 나이 탓에 점점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진 남편은 절박했을 터였다. 같은 농아인을 믿은 남편은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서류에 사인했다. 행복팀은 대출이자를 대신 갚아주며 “일자리와 함께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회유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4년 동안 투자 사실을 숨겼다.

그러다 2017년 1월, 행복팀 총책과 대표 8명이 구속됐다. 대출금을 되돌려 받기는커녕, 대출이자도 낼 수 없었다. 그제야 정미씨는 남편이 초조한 눈빛으로 작은 방에 들어가 영상 통화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은 몸을 던지기 전날 밤에도 가족들 앞에서 “믿었던 농아인 후배 때문에 가족이 풍비박산 났다, 더 이상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농아인을 위한다”던 행복팀

행복팀의 제물은 정미씨 남편만은 아니었다. 경찰 추산으로 2010년 1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500명 이상에게서 28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아파트담보대출 등을 받아 행복팀에 4억원을 투자한 민식(가명)씨는 ‘가장 높으신 분’ 이야기를 꺼냈다. 행복팀 조직원들은 “90대 청인(‘비농아인’을 이르는 말)인 ‘가장 높으신 분’이 길에 쓰러져 있던 자신을 도와 준 한 농아인의 은혜를 갚기 위해 농아인을 위한 사업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접근했다.

차별에 익숙한 농아인들에게 ‘농아인을 위한다’는 말은 귀에 쏙 들어와 박혔다. 아파트와 공장 등을 짓는데 투자하면 일자리를, 투자수익을, 아파트를 보장해준다고 했다. “농아인 투자는 1%이고 청인 투자는 99%이지만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고도 했다. 투자금으로 낼 돈이 없어도 된다. 대부업체로 데리고 가 집, 자동차, 보험 등의 담보대출도 알선해줬다.

◇좁은 농아인 사회… 세뇌와 협박

행복팀은 총괄대표 한모(45)씨 아래 하얀팀(대전), 보라팀(경기), 노랑팀(경남), 파랑팀(서울) 등 지역별 팀으로 운영됐다. 2,000만원 이상의 투자자들은 ‘팀원’으로 주홍색 단체복을 입었다. 이들은 별도의 ‘밴드’와 ‘카톡방’으로 관리됐고 월 2,3회 따로 모여 단합대회를 열었다.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단 '행복팀'의 교육 내용을 받아적은 피해자의 노트 필기. 행복팀피해대책위원회 제공

단합대회는 ‘가장 높으신 분’을 신격화하는 자리였다. ‘수화, 마음(행복팀 내에서 투자금을 의미), 행동, 생각, 예의 확실히!‘ 라는 구호 아래 그 분의 사업 성공을 위해 청인 사회의 격조를 높이자고 했다. 실제론 충성을 강조하는 이야기에 불과했으나 많은 농아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기본적 교육 기회가 부족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된 처지 때문이었다.

저항의 싹은 미리미리 짤랐다. 더 이상 투자금을 낼 수 없다고 하면 밴드와 카톡방에서 차단당했다. 회원이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팀장 4,5명이 출동, 휴대폰을 빼앗아 검사하며 회유와 협박을 병행했다. 함께 가입한 부부 둘 중 하나가 탈퇴하려면 이혼 각서를 쓰게 했다. 내부 정보를 누설했을 경우,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그렇지 않겠다는 내용의 수화 동영상을 찍도록 했다. 좁고 폐쇄적인 농아인 사회에서, 피해자들은 도망칠 곳이 없었다.

◇‘가장 높으신 분’, 23년형을 받다

좁고 폐쇄적인 농아인 사회는 경찰도 수사를 망설이게 했다. 2016년 11월 한 농아인으로부터 피해 신고를 접수한 창원 중부경찰서 당시 수사과장 김대규 경정도 “신고자도 여러 경찰서로부터 ‘민사 사건이라 수사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했다”고 기억했다. 김 경정은 피해신고접수센터를 열고 접촉과 설득에 나섰다. 끈질긴 노력 끝에 15명의 피해자로부터 증거자료를 확보, 다음해 1월 총괄팀장과 각 지역 팀장들, 전 총책 홍모(51)씨와 현 총책 김모(47)씨와 이모(49)씨 등을 구속하는 등 모두 36명을 검거했다. 총책 김씨는 범죄단체조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징역 23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단 '행복팀'의 교육 장면. 행복팀은 다섯가지 표어 아래 농아인들이 '가장 높으신 분'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세뇌교육을 시켰다. 행복팀피해대책위원회 제공

이 김씨가 바로 신격화의 대상 ‘가장 높으신 분’의 정체였다. 그는 청인도, 사업가도 아니었다. 농아인인 김씨는 전 총책 홍씨와 원래부터 농아인 대상 사기를 벌여왔다. 홍씨가 구속되자 그 조직을 이어받아 조금 더 보강한 뒤 또 한번 크게 사기판을 벌인 게 행복팀이었다. 피해 농아인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김씨는 농아인들 돈으로 산 고급 전원주택에서 포르쉐 등 고급 외제승용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 타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산산조각 난 농아인 사회

가해자 처벌은 끝났다지만 피해자들은 그 후폭풍을 견뎌내야 한다. 사람을, 돈을, 신뢰를 잃었다. 열심히 일해도 빚은 여전하다. 정미씨도, 민식씨도 매달 110만원, 330만원씩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피해자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미선(가명)씨만 해도 아들네 빚 2억원을 떠안고 있다. 여전히 행복팀을 굳게 믿고 있는 아들 부부가 원망스럽지만, 심정 부정맥으로 위독한 며느리와 가스레인지도 없는 집에 남겨진 손자를 외면할 순 없어서다. 경찰이 계좌추적으로 파악한 이 사건 피해자는 500명, 피해액은 290억원대다. 하지만 접수된 신고는 피해자 150여명, 피해액 90억여원이 전부다.

농아인 사회도 무너졌다. 농아인은 오랜 차별 등으로 인해 ‘청인 가족’보다 ‘농아인 선후배들’과 더 가깝게 지내왔다. 행복팀 사건은 이 점을 악용, 상대적으로 장애가 덜 하고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다. 실제 행복팀은 입술 모양이나 소리 등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화 능력자들로 ‘의사소통팀’을 만들어 대출 때 동행시키거나 전화로 본인확인 때 대신 해주기까지 했다. 반면 피해자들 대부분은 금융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글자를 읽고 쓰는 데도 서투른 이들이었다. 농아인들에겐 마지막 비빌 언덕이 사라진 셈이다. 박영진 행복팀피해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행복팀 사건으로 인해 농아인 사회 안에 불신과 갈등, 혼란이 고착화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행복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21일 행복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소송 참가자들은 100명에 71억원 정도다. 대출 받아 투자한 이들이 대부분인데다, 농아인이라는 불리한 조건 아래 원금과 이자 상환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상당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확보된 범죄 수익은 경찰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현금 7억원과 고급 외제 차량 13대, 이후 가압류한 ‘가장 높으신 분’ 김씨의 집 등 2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창원중부경찰서가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단 '행복팀' 대표 거주지에서 압수한 피해자들의 투자금 7억원, 교육 자료, 투자금 상자, 수화 영상 게재 시 착용한 마스크 등. 창원중부경찰서 제공

피해자들은 김씨가 주변에 돈을 숨겨뒀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아직 피해 신고를 하지 않은 이들은 “우리가 풀려나면 숨겨 둔 돈을 주겠다”는 감언이설이 담긴 편지를 수감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누군가 행복팀 재건을 위해 뛰고 있다는 풍문도 나온다. 박 부위원장은 지금도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또 언제, 어떻게 수많은 농아인들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 피해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행복팀의 완전한 해체다. 행복팀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창원=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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