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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 정준영으로 끝내선 안 될 ‘버닝썬 스캔들’ 이야기 

※‘오리지너’는 현상부터 근원까지 이야깃거리를 몽땅 끄집어 내고 싶은 ‘한국일보’의 멀티 플랫폼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텍스트, 비디오, 데이터 등등. 가능한 모든 도구로 사람과 사회, 역사와 현상을 연결 지어 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찾아 뵐게요.

 ◇당황스러운 사건, 버닝썬 

먼저,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다음 중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당신이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3월 28일 서울경찰청 수사 브리핑 내용 기준)

① 승리(29∙본명 이승현) : 성매매 알선 및 불법 촬영물 공유를 통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② 정준영(30∙가수) : 성관계 불법 촬영(13건), 불법 촬영물 유출(11회) 혐의

③ 최종훈(29∙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 및 2016년 음주운전 적발 당시 경찰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

④ 전직 경찰 강모씨 :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대가로 버닝썬 측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⑤ 윤모 총경(전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 : 승리 등이 함께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인물. 버닝썬 측 관계자들과 골프를 치는 등 유착 의혹을 받고 있음. 부인이자 경찰인 김모 경정은 최종훈으로부터 K팝 공연 티켓을 받은 것으로 확인.

⑥ 이문호(29∙버닝썬 대표) : 마약 투약 및 유통 혐의

⑦ 강모씨(클럽 아레나 실 소유주) : 현금 거래를 통한 매출 축소와 종업원 월급 부풀리기 등으로 162억원 탈세 혐의

⑧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일부 경찰 : 지난 해 11월 24일 폭행 피해를 신고한 김상교씨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김씨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간주해 체포한 행위의 적절성, 체포 과정에서 불필요한 물리력 사용 여부, 김씨의 병원 이송 요구 거부 여부 등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는 중

⑨ 구체적인 혐의가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버닝썬 스캔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타 다른 인물

한 사람만 꼽기가 어려운가요? 그럼 다음 질문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은 위에 언급된 인물들이 징역형 같은 형사처벌을 받고 나면 버닝썬 스캔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잘 마무리가 됐다고 보시나요?

오늘 ‘오리지너’ 콘텐츠는 이 질문들 앞에서 선뜻 답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사건, ‘버닝썬 스캔들’. 일각에서는 정, 재계 등이 관여한 대형 부패 범죄를 일컫는 게이트로 규정 짓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몸통과 배후로 상징되는 피라미드의 윤곽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버닝썬 스캔들이 만든 수 많은 국면 속에는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 △강남 클럽가에 만연한 마약 △일부 연예인들이 클럽을 중심으로 누렸던 사실상의 면책특권 △이를 대가로 한 경찰의 유착 △성매매와 성폭력 △불법 촬영물 공유 행태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같은 심각한 키워드가 대거 등장합니다.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숱한 게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꼭대기에 있는 몸통을 단죄해 나가는 줄거리 대로 우리는 버닝썬의 실체에 근접할 수 있을까요. 이 난해한 질문에 함께 답해 보기 위해 강남 클럽가 일대에서 6개월간 잠입 취재를 했던 주원규 작가, 양승준 한국일보 문화부 대중문화팀 대중음악 담당 기자, 박진만 사회부 경찰팀 강남라인 담당기자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성폭력과 마약 유통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다 지난 2월 17일 영업을 중단한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이한호 기자
 ◇김상교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오리지너 “먼저 사건의 기본적인 정리를 부탁 드립니다.”

박진만 기자(이하 박 기자) “지난해 11월 김상교라는 남성이 112에 신고를 한 게 시작입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서 김씨가 클럽 가드(보안요원)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오히려 자기가 가해자로 둔갑돼 연행되면서 경찰에 폭행당하고 지구대로 끌려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을 시작하면서 사건 내용이 알려지죠.

그리고 김씨 사건을 시작으로 강남 일부 클럽을 둘러싼 그 동안의 각종 의혹들이 폭발하듯 쏟아집니다. 특히 김씨 사건이 발생한 클럽에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홍보이사로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에 많은 관심이 쏠립니다.”

오리지너 “초기에는 김상교씨의 폭행과 버닝썬의 승리, 그리고 경찰의 비호가 초점이었군요.”

[저작권 한국일보]

박 기자 “그리고 대략 한 달간은 클럽 안에서 벌어진 각종 약물 투약과, 폭력, 성폭력 관련 주장이 정말 많았어요. 이어서 버닝썬에서 2018년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돈을 받았다는 전직 강남서 경찰관 강모씨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경찰의 유착 의혹이 서서히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죠. 그리고 약 1주일 뒤, 김상교씨 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 터집니다.”

 ◇사건의 굴절, 그리고 증폭 

오리지너 “성접대 의혹을 말하는 거죠?”

박 기자 “네. 승리가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이 폭로가 됩니다 2015년 10월부터 약 10개월간의 대화 내용이라고 합니다. 승리가 해외 투자자에게 성매매 알선을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큰 비난을 받게 됩니다.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승리가 있던 카톡 대화방에서 또 다른 연예인의 불법 행위를 추정케 하는 내용이 드러나 논란이 다시 크게 튀어 오릅니다. (이 때는 가수 정준영의 핸드폰에서 나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의혹의 핵심이 됐습니다.) FT 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 얘기가 나오게 되죠.

또 ‘경찰총장’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괜찮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고위급 인사가 연루 됐다는 의혹까지 퍼져 나갑니다. 경찰총장의 실제 인물로 지목된 윤모 총경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그의 부인인 김모 경정도 유착 관계를 의심받고 있습니다. 특히 가수 정준영은 자신이 성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리지너 “사건 곳곳에 경찰이 연루돼있는 만큼 수사에 굉장히 민감하겠군요.”

박 기자 “투입된 경찰만 해도 16개 팀에 152명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70~80명 선에서 시작하다가 120명으로 늘리고 (경찰 관련 의혹이 확대되면서) 다시 152명까지 커진 거죠.”

[저작권 한국일보]

오리지너 “대부분 한참 뒤에야 드러난 의혹들인데 실제 시간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박 기자 “사건이 하나의 시리즈가 아니라 여기저기 파편화된 건들이 뭉쳐져 있는 모습인데요, 의혹이 터진 순서로 보면 김상교 폭행, 승리 단톡방, 정준영 단톡방 및 불법 촬영, 경찰 고위층 유착 이런 순이 될 텐데 실제 일어난 순서는 김상교 폭행이 지난해 11월로 가장 최근입니다.

승리 카톡방의 대화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경찰총장이라는 문제의 단어가 나온 시점은 2015년 12월쯤이에요. 정준영의 불법 촬영 의혹도 2016년쯤 일어난 일이고 최종훈 음주운전도 2016년 7월쯤으로 (인과관계를 가지는) 아직까지는 연속선상에 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오리지너 “산발적이군요. 그렇다고 해도 이번 버닝썬 스캔들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이란 걸 궁금해하는 분도 많습니다. 어떤 의혹으로 집중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이요.”

박 기자 “글쎄요.”

[저작권 한국일보]

양승준 기자(이하 양 기자) “저는 이걸 하나로 묶는 맥락을 (억지로) 찾으려고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모아지지 않는 이유는 건건의 이슈마다 너무 심각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봐요. 하나하나가 다 우리사회 기저에 곪아 있던 것들을 담고 있는 거죠. 오히려 이게 어떤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몰아가면 (후순위로 밀린 문제 제기를) 상쇄시킬 수도 있어서 더 위험할 것 같고요.”

지난 28일 경찰이 발표한 수사 브리핑 내용을 살펴보면 경찰은 크게 △김상교 폭행사건 △경찰 유착 사건 △성접대 의혹 사건 △불법 촬영물 유통 사건 △마약 투약 의혹 △탈세 의혹 등의 갈래로 나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윤 총경 이상급으로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유착 의혹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혹들은 하나의 틀을 갖추지 못한 채 각자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남 클럽, 그 안의 이야기 

오리지너 “수사가 아닌 관점으로도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강남의 클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강남 클럽가에서 조명설비기사, 주류 배달원 등으로 일하면서 직접 목격했던 이야기를 주원규 작가님께 들어보려고 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주원규 작가(이하 주 작가) “2016년 3월부터 반년 동안 강남 클럽 일대에서 잠입 취재를 한 내용을 토대로 최근에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원래 소설을 쓰려던 목적은 아니었구요, 2015년 하반기부터 제가 가출 청소년 글쓰기나 검정고시 지원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들과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했어요.

간신히 연락이 됐는데 그 친구가 클럽에서 가드 일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취객 난동 같은 걸 막아주고, 경찰이 온다고 하면 비상구를 개조해 만든 도주로 문을 열어주는 그런 일들을 하면 하루에 75만원을 넉넉히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죠.

반면 여자 가출 청소년은 원래는 영등포나 신도림의 가출 팸(무리)에서 속칭 ‘보도방’이라는 성매매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갑자기 ‘클럽으로 가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 ‘한 번에 100만원 단위로 벌 수 있다’ 이런 말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지 말자 돌아가자’ 이런 얘기를 해 보려는 거였는데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클럽 내 성매매는 공공연한 비밀? 

오리지너 “성매매나 성폭력 문제는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작가님은 일부 유명 클럽과 성매매를 구조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주 작가 “제가 정확한 유통 구조나 산업 구조 파악까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쪽 사업 안에는 성매매가 (클럽) 사업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미 3년 전에 그렇게 보고, 느꼈습니다.

먼저 가출 여성 청소년 유입 문제가 있습니다. 가출팸 안으로 찾아오는 일명 ‘스카우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전에는 윤락업소로 가출 청소년을 넘기는 일을 주로 했지만 이제는 클럽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도하는 식입니다. 이 스카우터들의 출신을 들어보면 강남 일대 룸살롱이나 퇴폐 유흥업소 등에 지분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출 청소년들에게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게 하고, 그 다음 성형수술을 하도록 한 다음 그걸로 고리 사채를 엮고, 그리고 클럽에 일반 고객인 것처럼 해서 들여보내는 식이죠.

클럽 쪽은 자신들이 (고용한 여성들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에 걸려도) 꼬리 자르기를 합니다. 성매매 등이 걸리면 일부 고객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업계에서는 이런 수법을 ‘던지기’라고 부릅니다. 결국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은 주기적으로 강한 단속을 하지만 클럽은 상대적으로 덜하니까 성매매나 마약 유통이 더 활발해진 것이라고 봅니다.”

주 작가의 이 같은 성매매 시스템 목격담은 승리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버닝썬 관계자들에게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접대 준비’를 지시했던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승리 측은 성접대가 아니라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저작권 한국일보]

경찰은 지난 2월 25일부터 한 달간 마약류 집중 단속을 실시, 523명을 검거하고 이 중 21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번 검거에 검거된 이들 중에는 버닝썬은 물론 다른 유명 강남 클럽인 아레나의 직원도 포함됐습니다.

주 작가 “그런 VVIP들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었구요. 특히 2016년 초만 해도 클럽들이 경쟁적으로 술값을 올렸습니다. 한 번에 2,000만~3,000만원 하는 술값은 흔했구요.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손님들을 부추겨서 ‘골든벨’을 울리면 술값이 2억원, 3억원까지도 갔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클럽 아레나의 탈세 의혹이 대표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여기서 유통된 자금의 흐름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성매매나 마약 투약 대가까지 포함됐기 때문에 심할 경우 1억원을 호가하는 주류 상품이 클럽에서 판매됐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부터, 클럽 지분을 가진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범죄 수익으로 결제를 하고 다시 배당 형태로 돌려 받아 ‘돈 세탁’ 창구로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옵니다.

 ◇경찰도 접근하기 힘든 ‘성역’ 강남 클럽 

오리지너 “일부라고는 하지만 강남 유명 클럽에서 폭력은 물론이고 성폭행과 마약 투약까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는 게 잘 믿기지 않습니다.”

박 기자 “흔히 경찰 공권력이 함부로 진입하기 어려운 곳으로 대학이나 명동성당 같은 종교시설을 꼽는데요, 강남의 클럽도 경찰이 접근하기 힘든 일종의 ‘성역’ 같은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에 강남권에서 근무하다 출동을 나갔던 경찰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클럽에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을 했더니 가드가 막아서더라는 거에요. 경찰복을 입고 안에 들어가면 손님들이 당황할 수 있으니 가드 옷을 입고 들어가 달라고 했고 실제로 그 경찰은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사실 경찰의 공권력에 대한 권위는 경찰마크에서 나온다고 볼 수도 있는데, 클럽 안은 사실상 공권력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인 셈이죠.

많은 경찰관의 말을 들어보면 신고가 돼 출동을 해 보면 이미 가드가 (사건 당사자들을) 클럽 밖으로 다 끌고 나와서 상황 정리를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면 경찰은 가드들이 끌어낸 사람들만 데려가서 조사를 마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었다고 해요. 김상교씨 폭행 사건 때 경찰관이 사건 발생 장소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도 그런 것이겠죠.”

주 작가 “클럽 안에서 폭행이나 성폭력 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한 모습을 제가 직접 본 건만 12건정도가 됩니다. 한 번은 술에 취한 남성이 여성에게 범행을 저지르려고 하니까 주변 여성 고객들이 112로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클럽 안으로 들어오질 않아요. 입구에서 클럽 관계자들 말만 듣고 돌아가는 걸 봤어요. 나중에 관계자한테 듣기로는 ‘(경찰이 들어가면) 부딪히고 충돌이 있을 수 있고 어떤 특정한 사람을 가해자로 지목하기도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불기소 의견으로 처리가 됐다고 했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방조자 혹은 협조자 

오리지너 “상황이 이런 지경까지 됐지만 클럽에 직접 가 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많은 미디어가 클럽의 긍정적인 면을 위주로 부각하면서 그런 경향이 더 굳어진 것 같아요. 승리 같은 유명 연예인이 범죄가 빈번한 클럽을 홍보까지 한 상황이라 누구도 의심하기는 힘들었을 거 같습니다.”

양 기자 “클럽 문제가 이 상황으로 올 때까지 방송 미디어를 비롯한 우리가 얼마나 방임하고 있었는지를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먼저 승리의 클럽 사업 얘기를 하자면, 직접 EDM 장르 음악의 디제잉도 하니까 클럽 문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익숙한 측면이 있겠구요. 또 그 소속사의 양현석 회장은 YG엔터테인먼트의 기반을 1990년대부터 홍대 클럽을 운영하면서 닦았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오리지너 “승리가 양 회장의 클럽 사업을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로 봤다는 거군요?”

양 기자 “네. 사실 연예기획사야 말로 클럽 사업에 중요한 자원을 모두 갖고 있어요. 핵심이 되는 음악, 디제이, 그리고 소속 아티스트들 연계해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루트를 갖춘 셈이죠. 하지만 클럽이 들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해도 여전히 (사건 사고에 연루될) 위험 부담이 큰 장소입니다. 그래서 상장까지 한 다른 대형 기획사들은 클럽 사업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승리가 버닝썬의 홍보이사까지 했다는 게 굉장히 특이한 사례였죠. YG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림 10[저작권 한국일보]

오리지너 “클럽 사업자 입장에서는 연예인이 나서줄 때 좋은 점이 뭔가요?”

양 기자 “우선 홍보가 되죠. ‘누가 왔더라, 누가 와서 디제잉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고객을 모으는) 굉장한 홍보가 될 수 있죠. 기획사 가운데는 클럽 디제이만 매니징 하는 회사도 있어요. 특히 미디어가 클럽 문화에 굉장히 관대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버닝썬은 클럽 공간 자체가 승리를 통해서 방송에 나온 적도 있습니다.”

오리지너 “미디어가 클럽 범죄를 은폐하는 데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군요. 승리를 화려한 파티 장면이 유명한 소설과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따온 ‘승츠비’라고 불린다는 걸 방송에서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양 기자 “결국 승츠비라는 허황된 아이콘을 만든 것도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가 야한 옷차림의 여성 모델을 배경으로 두고 파티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젊은 K팝 스타의 화려한 성공인 양 보여줬죠.

가수 정준영은 앞서도 여성 불법 촬영 혐의를 받았는데도 좀 더 고민하지 않고 3개월 만에 (출연하던 프로그램에) 복귀시켜서 ‘이런 문제를 저질러도 활동에 큰 지장이 없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무감각한 상태로 소비했던 방송, 연예 콘텐츠에 대해 제작자도 시정차도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저작권 한국일보]
 ◇버닝썬의 결말은 어떻게 나야 할까 

박 기자 “일반적인 게이트라면 관련자들을 입건해서 사인이 중하면 구속 시키고, 징역을 살려서 책임자를 처벌하면 끝나는 결말이겠죠. 버닝썬은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수사의 판을 크게 벌려 놨지만, 법리적으로 따질 때 얼마나 처벌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언젠가 이 사건 수사의 종료 시점이 온다면, 남는 것은 뭘까 싶어요.

다만 버닝썬 사건들의 하나의 공통점을 찾자면 여성이 모든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김상교씨의 폭행사건도 클럽 내 여성에 대한 성추행 시비가 발단이었고, 클럽의 자금 순환 구조 역시 성매매와 마약, 또 마약을 통한 강간 범죄를 주요 고리로 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구요. 정준영의 카톡 역시 대상화된 여성이 가장 심각한 피해자가 됐죠.

클럽이라는 공간 안팎에서 여성을 향한 범죄가 일상적으로 펼쳐져 왔다는 것, 많은 남성이 죄의식도 없이 가담하고 있었다는 걸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얻을 소득이 있지 않을까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더 이상 한국이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인식하는 계기는 될 것 같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양 기자 “미디어가 성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시 고민하고 재정비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저 역시 과거에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환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야동 순재’라는 유행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어요. 물론 고령인 이순재 배우의 야동 관련 에피소드를 두고, 그 동안 노인을 성적 욕망조차 없는 무생물 같은 존재로 표현했던 당시 시각에서 벗어났다는 순기능이 부각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은 야동이 불법 촬영물인데, 그렇게 환호했던 걸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주 작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논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보통 사건이 터지면 ‘원인이 밝혀지고 윗선의 실태가 드러나서 이렇게 갈무리 됐다’가 보통이죠. 하지만 버닝썬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요. 언론이 인내심을 갖고 계속 다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사정기관의 수장들은 중요 사건 수사를 앞두고 “정교한 메스로 암세포만 잘라내는 외과수술 같은 수사를 하겠다”는 말을 즐겨합니다. 암세포 같은 범죄자를 엄단하면 병든 신체가 회복되듯 사회 질서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죠. 하지만 버닝썬 스캔들로 몇몇이 실형을 선고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는 느낌을 받긴 어려워 보입니다. 버닝썬은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처벌만으로는 끝날 수 없는 이야기인 셈이죠.

대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암 환자가 끊이지 않는 것처럼, 오랜 시간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문화가 당연한 듯 소비되고 우리 모두 무감하게 여기에 노출됐던 사회에서 버닝썬의 주역들이 강남의 클럽을 숙주 삼아 증식했던 건 아닐까요. 이상 ‘오리지너’였습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자료조사 박서영 solucky@hankookilbo.com

최한솔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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