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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2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내 영향력이 사내이사 연임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고하다는 증권사 보고서가 대거 발행됐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진 퇴출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시장의 기대를 견제한 것으로, 평소 호재를 과도하게 부각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증권사들의 행보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지배력이 그만큼 뿌리깊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런 시장의 평가가 반영됐는지 이날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는 모두 떨어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28일 발간 보고서에서 전날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이사 연임안이 부결됐지만 이 결정이 대한항공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공통된 지적을 내놨다.

대신증권은 “조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대한항공에 대한 간접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 회장은 아들을 통해서도 회사 내 주요 사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도 “조 회장의 직접적인 이사회 참석은 불가하나 기존 이사회 멤버들을 통한 대한항공 영향력 행사는 여전히 가능하다”며 “대한항공 주총 결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도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전반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및 범법행위에서 비롯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나투자증권은 “내년에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2020년 주총에서 표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조양호 회장 입장에서는 임원자격 관련 정관 변경 통과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도 “한진그룹 전반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는 점은 계열사에 대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대한항공이 받고 있던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역시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임에 반대한 주주 비율이 예상만큼 높지 않아 단기 변화의 폭을 제한할 것”이라며 “투자 측면에서 재무구조 개선 등 향후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날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주가는 전날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일제히 급락했다. 대한항공은 장중 내내 약세를 보이며 전일보다 5.27%(1,750원) 떨어진 3만1,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1.95%(500원) 떨어진 2만5,200원, 한진은 4.27%(1,750원) 내린 3만5,350원을 기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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