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악재가 계열사 주가엔 호재로

입력
2019.03.27 17:39
수정
2019.03.27 19:3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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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2.47% ↑ 등 대부분 상승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위로 대한항공 여객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위로 대한항공 여객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실패는 그룹 계열사 주가에 호재였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내 코스피 상장사들은 연임 무산 소식을 접한 오전에 일제히 급등했고, 대부분은 시장 전반의 약세에도 상승 마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파된 직후인 오전 10시쯤 전일 종가(3만2,400원)보다 1,800원(5.56%) 오른 3만4,20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막판에 상승하며 전일 대비 800원(2.47%) 오른 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전 10시쯤 전일 종가(2만5,600원)보다 2,400원(9.38%) 오른 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2만5,700원(+0.39%)으로 상승 마감했고, 한진 역시 오전 10시30분쯤 전일(3만6,400원) 대비 2,600원(7.14%) 상승한 3만,9000원을 찍은 뒤 3만7,100원(+1.92%)으로 마감했다. 대한항공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는 0.45% 올랐고, 한국공항은 오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69% 하락 마감했다.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호조를 두고 ‘회장 일가 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시장 평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가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들 회사가 상장된 코스피 시장이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 행렬에 전일 대비 0.15%(3.18포인트) 내린 점을 감안하면 조 회장 거취 결정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조 회장이 이사회에선 퇴출됐지만 대한항공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걸로 예단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통해 대한항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가, 대한항공 이사회에 여전히 조 회장 우호세력들이 포진하고 있다”며 “조 회장이 막후에서 대한항공 경영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회장 일가 리스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전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끝까지 유지되지 않은 것도 시장의 의구심 탓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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