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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살아있는 권력 향한 첫 메스 
 윤영찬ㆍ우상호 등 여권 철벽 방어 
[김은경3] [저작권 한국일보]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 법정으로 들어 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9-03-25(한국일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25일 법원 안팎에서는 정권 교체기 공공기관 물갈이 인사가 관행인지 적폐인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장관을 포함한 여권 측은 “과거 정부부터 이루어진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공공기관 낙하산은 엄단돼야 할 적폐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 이번 검찰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의 낙하산 인사를 향한 첫 메스여서 사법부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됐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환경부가 환경공단 등의 임원 인사를 위해 특정 인사를 표적감사하고 사표를 받은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기업의 자율적 운영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공기업의 임원 공모는 민간인이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수 추천을 거친 뒤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장관이 임원 공모 과정에서부터 개입했고, 청와대 추천 인사를 그 자리에 임명하도록 했으므로 장관의 권한을 벗어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후임자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관련 자료를 미리 주는 등 환경부가 특혜성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고 김 전 장관에게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환경공단 상임감사에서 탈락한 언론인 출신 박모씨가 환경부 산하기관이 출자한 회사 대표로 임명된 배경에도 김 전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측은 “장관의 정당한 임면권 행사였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한국환경공단의 경우 2017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E등급(최하)을 받은 만큼 임원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특정 인사에 대한 ‘표적 감사’ 역시 정상적인 감찰 활동의 일환이었다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의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법정 바깥에서 장외전도 전개됐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해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때와 다른 잣대를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가 많을 텐데 새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직후 발언을 거론한 뒤 “경찰청장 교체에 이어 법률도 아니고 헌법에 임기가 명시된 감사원장도 국정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곧 옷을 벗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여권 인사들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정권 교체기 물갈이 인사는)정권 교체기 관행이었으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와 비교할 때 물갈이 강도 또한 심하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과거 웬만한 정부는 다 걸릴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대통령과 장관의 인사권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라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시작 6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5시쯤 법정을 빠져 나왔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명했나’ ‘임원 교체를 지시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구속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대기했다. 앞서 오전 법정에 들어서면서는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면서도 ‘청와대에서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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