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 과학]현실이 된 쥬라기공원… 메머드 부활 머지 않았다

입력
2019.03.30 13: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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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피부와 털, 내부 장기가 완전히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길이 3.5m의 매머드 ‘유카’의 모습.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2010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피부와 털, 내부 장기가 완전히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길이 3.5m의 매머드 ‘유카’의 모습.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아주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동물을 되살리는 건 그동안 공상과학(SF) 영화 소재로만 여겨졌다. 1993년 ‘쥬라기 공원’에 이어 여러 편의 후속작을 낸 영화 쥬라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 속 과학자들은 공룡 피를 빤 뒤 호박 속에 갇힌 모기에게서 공룡의 유전정보(DNA)를 추출해 공룡을 복원한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란 네 가지 염기로 이뤄져 있고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시토신이 서로 짝을 이루며 꽈배기 모양을 하고 있다. 영화 속 연구진은 이러한 염기서열 중 복원하지 못해 비어 있는 부분에 개구리 DNA를 끼워 넣어 공룡을 재탄생시켰다.

하지만 공룡과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양서류의 DNA를 채워 넣은 설정은 옥에 티다. 제대로 된 생명체가 태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밀폐된 호박 속에 모기가 갇혔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피와 같은 액체는 날아가 버린다는 점도 간과했다. 그럼에도 쥬라기 시리즈가 개봉할 때마다 흥행가도를 달리는 건 그만큼 멸종된 거대 동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 일본 긴키(近畿)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를 어느 정도 충족해 줄 만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매머드의 세포핵이 제한적으로나마 여전히 생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 1만 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데 한 걸음 다가간 셈이다.

연구진은 3.5m 크기의 암컷 매머드 ‘유카’의 골수와 근육 조직에서 손상이 적은 88개의 세포핵을 추출했다. 그런 다음 쥐의 난모세포에 유카의 세포핵을 이식했다. 난모세포는 난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다. 앞서 이들은 2010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잘 보존된 털 매머드 유해를 발견, 이를 유카라고 이름 붙였다.

그 결과 매머드의 세포핵에서 방추체가 형성되는 등 세포분열을 위한 여러 움직임이 나타났다. 방추체는 세포분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방추사를 만든다. 방추사는 세포핵이 분열할 때 두 배로 증가한 핵 속의 염색체(유전물질)를 절반씩 나누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쥐의 난모세포에 손상된 DNA를 회복시키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매머드 세포핵의 손상된 DNA를 쥐의 난모세포가 어느 정도 복구해 세포분열을 위한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포분열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유카의 세포핵이 생각보다 더 많이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은 보관 상태가 더 좋은 조직의 세포핵을 이용하면 세포분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머드 부활이 더는 SF 소재가 아니란 얘기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핵을 제거한 코끼리 난자에 매머드의 세포핵을 넣어 배양(체세포핵이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와카야마 데루히코 일본 야마나시대 교수는 “멸종된 고대 동물을 되살리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매머드 복원의 핵심인 온전한 세포핵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얼음 속에서 냉동된 채로 발견돼 눈과 피부, 털, 내부 장기 모두 완벽히 보존된 유카에게서 채취한 세포핵조차 상당 부분 손실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체세포핵이식에 성공해도 정상적인 배아로 성장할지, 복원한 매머드가 현재 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을 지도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멸종된 거대동물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앞서 2017년 미국 하버드대 조지 처치 교수는 “2년 안에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의 유전자를 함께 갖고 있는 ‘하이브리드 배아’를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매머드(mammoth)와 코끼리(elephant)의 영단어를 합해 ‘매머펀트(mammophant)’라 불리게 될 이 새로운 생명체는 두꺼운 피하지방과 작은 귀, 긴 털 등 매머드의 특징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긴 털과 관련한 매머드 유전자를 오려 붙인 아시아코끼리의 변형된 줄기세포로 정자를 만든 다음, 아시아코끼리의 난자와 수정시킨 배아를 키워 매머드의 특성을 갖춘 코끼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매머드 유전자가 밝혀질수록 매머드에 좀 더 가까운 코끼리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27년까지 매머드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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