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제 개혁, 총선 유불리 너머 정치신뢰 회복 대의 좇아라

입력
2019.03.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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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우여곡절 끝에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했으나 탈당 언급까지 나오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거세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각에서는 19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와 지역구 의석 축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적잖이 터져 나왔다. 단식 투쟁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의 물꼬를 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마저 “완전 연동형이 아니고 50% 연동인데다 여야 합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아예 바른미래당ㆍ민평당의 반대 의원들과 힘을 합쳐 개혁안을 저지하겠다며 연일 ‘정치적 야합’ ‘입법 쿠데타’ 등의 극한 표현을 동원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권역별 산술방식의 어려움을 설명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향해 “심 의원이 ‘국민은 몰라도 된다’고 했다”면서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아무런 논리도 합리성도 없는 막무가내식 반대이자 지역주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후안무치한 행태다.

4당 합의안이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복잡하게 만든데다 정당득표율을 의석 수와 정확히 일치시키는 완전 연동형과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 증원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하다 보니 ‘연동률 50%’라는 고육지책을 동원한 셈이다. 그렇다 해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를 완화하려는 개혁안의 취지는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실제 이번 합의안을 20대 총선 결과에 적용해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석 수가 줄지만 정의당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선거제 개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지역구 변화와 정당득표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총선의 유불리만 따져 개혁안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합의안은 소수 야당 대표들의 단식 투쟁 끝에 얻어낸 소중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선거 개혁은 20대 국회의 사명이고 국민이 내린 명령”이라고 지적했듯, 이번 합의안은 정치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4당 지도부는 리더십을 발휘해 소속 의원들 설득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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