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수사 결정된 김학의ㆍ장자연 사건, 특임ㆍ특별검사 고려해야

입력
2019.03.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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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9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과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가 끝나면 필요한 부분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건의대로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되, 드러나는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권력형 비리와 검경 부실 수사, 여성에 대한 성착취 등 사회 부조리가 압축된 이들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당초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진상조사단 활동이 연장됐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고 공소시효 문제도 걸림돌이다. 지난 15일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김 전 차관이 기간이 연장됐다고 조사에 응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소시효 문제는 김 전 차관의 경우 혐의를 달리 적용하면 해결되지만 장자연 사건은 대부분 시효가 지나 처벌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의혹을 덮고 갈 수는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진실을 밝힐 길은 영영 사라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선 진실만이라도 철저히 밝혀달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박 장관이 밝혔듯이 재수사가 불가피한 만큼 제기된 모든 의혹을 말끔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차관과 같은 별장 성접대 의혹 대상자만 해도 고위 공무원과 유력 정치인, 기업 대표, 대학교수, 전ㆍ현직 군 장성 등 수십 명에 이른다. 부정한 청탁과 함께 성상납 등 향응을 수수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과거 두 차례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리된 과정에 청와대와 검찰 고위층이 개입했는지도 당연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씨가 진상조사단에서 국회의원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구체적인 정황을 진술한 것도 허투루 넘길 게 아니다.

문제는 조만간 재수사에 나설 경우 수사 주체가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검경 모두 비호ㆍ은폐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기존의 검찰 조직에 맡기기엔 불신이 크다. 검찰총장에게만 수사 내용을 보고하는 특임검사나 국회에서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수사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두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번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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