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음악ㆍ예능 프로 제작진 전전긍긍… 정준영 파문 ‘1박2일’은 존폐 기로
KBS 2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의 출연자인 차태현(왼쪽부터), 김준호, 정준영, 데프콘이 지난해 '2018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승리ㆍ정준영 사태’로 방송가에 섭외 비상령이 떨어졌다.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와 가수 정준영, FT아일랜드의 전 멤버 최종훈이 성범죄 혐의로 잇달아 입건되고 씨엔블루의 이종현과 하이라이트의 용준형이 성관계 불법촬영물이 공유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방송가는 그야말로 핵폭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또 누가 이번 사태에 연루돼 있을지 몰라 특히 아이돌 멤버를 섭외하기가 겁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근 한 음악프로그램 제작진은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을 섭외했다가 일시 보류했다. ‘승리ㆍ정준영 사태’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멤버는 없지만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관계자는 “아이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 무리해 섭외를 추진하지는 않았다”며 “아이돌을 배제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어려워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 같은 예능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승리ㆍ정준영과 사소한 인연만 있어도 출연자 측에 사적 친분 관계를 확인하며 혹시 모를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예능 PD는 “출연자의 과거 행적을 일일이 조사할 수도 없고 조사를 한다 해도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에 이름만 언급돼도 프로그램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방송국 내부엔 언제 어디서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종합편성(종편)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신인급 연예인은 근거 없는 풍문에 거론돼 억울한 의심을 받아야 했다. ‘승리ㆍ정준영 사태’와는 연루되지 않았고 오래 전부터 그들과 관계가 소원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돼, 제작진도 당사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해당 연예인의 경우 본인은 물론 이전 소속사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을 통해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확인했다”며 “일부 연예기획사들은 사생활 침해임을 알면서도 소속 연예인의 개인 소장 사진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체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맥을 정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방송사들이 몸 사리기에 전전긍긍하는 데는 ‘승리ㆍ정준영 사태’에 대한 책임론도 작용했다. 2016년 불법촬영 혐의를 받았던 정준영을 활동 중지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복귀시킨 KBS ‘1박2일’은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정준영의 휴대폰에서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의 고액 내기 골프 정황까지 포착돼 두 사람마저 방송에서 하차했다. 차태현이 출연 중이던 MBC ‘라디오스타’는 차태현 녹화분을 편집해 방영할 예정이지만, 과거 방송에서 승리의 클럽 사업과 정준영의 ‘황금폰’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낸 사실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방송사들은 홈페이지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푹TV 등에서 승리와 정준영이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들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중단했다. ‘라디오스타’는 승리, 정준영, 빅뱅 출연 편을 모두 내렸다. ‘1박2일’은 사실상 시즌3 전체를 볼 수 없게 됐다. 정준영이 일시 하차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2013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3년치 방송과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2년 3개월치 방송의 다시보기를 중단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