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남기 부총리 취임 100일, 경제 성과 위한 시간 많지 않다

입력
2019.03.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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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체감하는 성과와 변화를 내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로 취임 100일이 됐다. 홍 부총리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1기 경제팀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정책의 무게 추를 혁신 성장과 경제활력 회복으로 옮겼다. 각종 규제로 멈춰 선 대기업 투자의 길을 열고, 예비타당성 면제라는 무리수까지 던지며 비수도권 전 지역에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시작했다. 벤처기업의 숙원인 ‘규제 샌드박스’도 실현했다. 격주 대통령 대면 보고 정례화로 경제부총리의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경제 둔화 속에 수출ㆍ투자ㆍ소비 등 경제 주요 버팀목들은 모두 위태롭기만 하다. 반도체마저 부진해 수출은 최근 3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미래 성장동력인 기업 설비투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 증설 이후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불안과 소득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100일 만에 경제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성을 감지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홍 부총리가 추진하는 SOC 투자와 대기업 규제 완화가 빠르게 식어가는 경기를 되돌리려는 긴급 처방이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과거 정권이 범했던 ‘실책의 반복’이 될 수 있어 불안하다. 특히 전기ㆍ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의 약화라는 근본 문제 해결은 방기한 채 개별 기업의 투자 애로 해소 등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후발국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기반과 노동시장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 ‘고충 해결’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경제가 나아질 수 없다. 홍 부총리는 역할과 권한에 걸맞게 우리 경제가 근본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큰 틀의 산업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개혁을 이루는데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부 실정과 실책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고 여당의 단기 부양책 요구도 강해질 것이다. 정책의 중심을 잡고 ‘홍남기호’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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