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 ‘거대 양당 불리, 소수당 유리’… 각당 셈법 복잡

입력
2019.03.18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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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제 개편 정당별 득실은… 야 3당도 정계개편 등 다양한 변수 불안 

 20대 총선 결과에 단순 적용할 땐 민주ㆍ한국당 줄고 다른 당은 늘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4당 원내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 및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 협상 회동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4당 원내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 및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 협상 회동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뉴스1

‘선거제 방정식’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수싸움이 본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초 거론한 제도에 비해 약화된데다 각 당이 처한 정치현실이 제각각이어서 여야 공히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여야4당 간사는 17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에 올릴 단일안을 마련했다. 지난 15일 여야가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으로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연동률을 50%로 정했던 잠정안과 대동소이하다. 연동방식은 당초 야3당이 주장했던 ‘100%연동제’의 절반에 그쳤지만 정당득표율만큼 권역별로 의석수를 배분해 사표를 줄인다는 기본취지는 일단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안이 적용되면 정당득표율이 높은 소수 정당은 의석 확보에 유리해지는 반면 지역구 의석이 많은 거대 양당은 불리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의석이 전체의 6분의 1석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지지율이 의석에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 합의안의 경우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미리 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의석수가 정당지지율보다 낮은 소수 정당은 비례대표로 의석을 채울 수 있게 된다. 필연적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낼 가능성이 있는 거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줄 수 밖에 없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실제 20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합의안을 단순 적용할 경우 비례의석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6석, 민주당 10석, 국민의당 36석, 정의당 12석을 확보하게 된다. 당시 각 당이 확보한 최종 비례대표 의석이 새누리당(정당득표율 33.5%, 지역구 105석) 17석, 국민의당(정당득표율 26.7%, 지역구 25석) 13석, 민주당(정당득표율 25.5%, 지역구 110석) 13석, 정의당(정당득표율 7.2%, 지역구 2석) 4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대 양당에 불리하고 소수정당이 유리한 결과다.

문제는 이 역시 공식에 따른 단순 예측일 뿐 향후 선거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별 손익계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같은 거대정당이지만 민주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소수 정당들과 연대로 주요 법안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과 처지가 다르다. 민주당과 야3당은 선거제와 함께 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처리를 잠정 합의했다. 패키지법안의 목록은 당초 기대보다 줄었지만 정부여당의 숙원사업이었던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누리는 이득이 적지 않다. 여기에 향후 선거제개편에 저항하는 한국당을 고립시키면서 야3당과의 연대를 통한 추가 입법 처리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한국당의 경우 실익이 전무하다. 지난 10일 한국당이 국회의원 의석수를 10% 줄이고 비례대표 폐지하는 안을 제시하며 선거제 개편안에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시한 것도 손익계산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총선까지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영남권에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한다면 현행 선거제에서 최소 원내 2당은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하면서 선거제 개편을 밀어붙였던 야3당도 계산법이 천차만별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 비례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거대 양당에 비해 유리해진 건 맞지만 당세와 지지율 등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정당지지율 외 당별 지역구 의석수와 초과의석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릴 경우 현재의 예측과 판이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합의안이 반드시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현재 지지율에 근거해 민주당과 야3당이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1년 뒤에도 현재 조건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보수 야당발 정계개편 등 정치환경이 급변할 경우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여야가 지나치게 정파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원래 취지이었던 비례성 보장은 절반 수준에 머무르면서 제도는 너무 복잡해졌다”면서 “유권자가 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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