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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위법ㆍ윤리 위반 징계 받은 변호사 644명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게이트급’ 사건의 이면에는 변호사들이 ‘설계자’나 ‘실행자’ 역할로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 법의 한계와 맹점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기에, 구린 구석을 합법적으로 위장하거나 법의 포위망을 피해 갈 방법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나비효과’를 통해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까지 받는 ‘정운호 게이트’에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비행이 있었다. ‘버닝썬 스캔들’에서도 동영상 촬영 혐의를 받는 정준영씨의 과거 변호사가 정씨의 범행을 은폐하는 허위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각종 법조 비리 이후 “법과 윤리를 지키자”는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이처럼 변호사들의 법률ㆍ윤리 위반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대한변호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각종 위법ㆍ윤리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644명에 이른다. 사흘에 한 명꼴로 징계받는 변호사가 나오는 셈이다.

가장 많은 징계 사유 중 하나는 ‘불성실’이다. 의뢰인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서면을 대충 쓰거나 재판에도 안 나가는 등 성실 의무를 위반하는 변호사가 여전히 많다. 재판에 계속 불출석해 소송이 취하되도록 하고 “항소하면 승소할 수 있다”며 돈만 받고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아 기각되도록 한 변호사의 징계 사례가 있었다.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4억여원을 의뢰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연락을 끊은 변호사도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변호사 징계 건수 그래픽=신동준 기자

의뢰인을 배신하거나 아예 소송 상대방과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A변호사는 이혼소송 의뢰인의 아내와 불륜 관계를 맺고, 의뢰인의 정보를 흘렸다가 지난해 징계를 받았다.

의뢰인 수족이 되어 범죄 행위에 관여하며 영혼을 팔아버린 변호사도 있다. 다단계 사기로 수감된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씨 집사 노릇을 한 변호사 2명은 주씨를 대신해 1,100억원대 다단계 사기 행각을 실행하다가 구속기소됐다. 범죄에 직접 가담해 비행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는데, 부장검사 출신 B변호사는 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 윤리연수교육을 2017년 8회에서 지난해 17회로 늘려 변호사의 윤리 함양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협이 교육을 강화하고, 지난해 역대 최초로 영구 제명 처분을 내리는 등 과거보다 징계 수위를 높이고 있음에도 이런 비위 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2014년 51건에 불과하던 징계 건수는 2016년 18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63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실제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변호사는 2014년 18명, 2015년 15명, 2016년 25명이었다가 2017년 78명으로 세 배 늘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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