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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배우한 기자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4% 이상 오르면서 강남권 밖의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4㎡) 아파트까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기준(9억원)을 넘나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간 종부세는 주로 강남 고가주택만의 얘기였으나, “이제는 비강남권 중산층까지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크게 오른 집값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세 부담은 감수해야 마땅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 상위 5개 지역은 모두 서울 강남권 밖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도 집값이 많이 오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공시가(9억9,200만원)는 작년보다 25% 가량 뛰며 9억원대에 진입했다.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작년보다 25.82% 뛴 공시가(8억4,800만원)로 종부세 기준에 근접했다.

9억원을 넘긴 아파트 소유자들은 비록 1주택 실수요자라 해도 종부세까지 물어야 한다. 지난해 8억4,000만원이던 서울의 A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20% 오른 10억2,000만원이 됐다면 이 아파트 소유 1주택자는 지난해 재산세 239만원만 내면 됐지만 올해는 40% 늘어난 338만원(재산세 305만원+종부세 33만원)을 내야 한다.

실거주 목적으로 중간평형대 아파트에 5년 이상 장기 거주 중인 중산층까지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9년째 이촌동 한가람아파트에 사는 김모(54)씨는 “은행 대출이 아직도 그대로인데 내가 종부세 대상이 됐다니 어이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 비강남권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아파트의 공시가격 변화. 그래픽=박구원 기자

초고가 단지 공시가격이 ‘찔끔’ 인상에 그친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실제 공시가 단골 1위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를 비롯한 전국 공시가 상위 10곳 공동주택 중 9곳의 올해 공시가 인상률이 6%에 못 미쳤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최모(45)씨는 “집 하나 갖고 살며 이사도 하지 않은 중산층에게 갑자기 100만원 가량 늘어난 세금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의신청을 접수했거나 조만간 접수하겠다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다였던 작년 이의신청 건수(1,117건)를 다시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이의신청이 실제 조정까지 이어진 경우는 10건 중 1건 정도에 불과해 올해 이의신청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17건 중 조정이 이뤄진 건 168건이었다.

이런 반발 움직임에 한편에선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재반박 여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45만 회원을 둔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작년 서울의 최대 집값 상승 지역인 용산 마포 등 공시가격이 더 오르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집값 오를 땐 아무 말도 없다가 세금이 늘자 반발하는 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과 같다”는 지적이 올랐다.

오히려 공시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는 공시가격 산정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80%까지 올리되 서민의 세 부담을 줄일 다른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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