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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닌빈에 있는 곰 생추어리(보호구역)에 다녀왔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포포즈’(Four Paws)가 반달가슴곰을 구조해 돌보는 곳이다. 베트남에서는 암컷 반달가슴곰의 쓸개즙이 더 좋다고 생각해 새끼 암컷을 사서 키운다. 정부는 2005년부터 이러한 거래를 법으로 금지했고 곰들에게 마이크로칩을 삽입해 관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250여곳 곰 농장에 800여 마리가 남아있다고 한다. 부끄럽게도 2013년과 2014년, 베트남에서 쓸개즙을 팔고 산 한국인들이 입건된 바 있다.

닌빈역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렸다. 가는 길목에는 많은 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앞서갔다. 석회암 바위산이 산수화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닌빈이 개발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듯했다. 모두 12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있었는데 수컷은 모두 중성화를 했다. 수명이 대략 30년 정도인 이 곰들의 나이는 22살가량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불법 거래 과정에서 구조한 새끼 두 마리가 집중 관리를 받고 있었다. 곰들은 자랄 때 어미와 3년 정도 같이 살며 야생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곳의 곰들은 모두 그런 경험 없이 갇혀 있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행히 포포즈 덕에 남은 삶은 이곳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다.

곰 한 마리 당 500㎡의 방사장을 쓴다. 물웅덩이가 있고 곰들이 오를 만한 구조물들과 풀들이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매일 한 사람이 곰들의 행동을 관찰한다. 동물병원이 있어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도 가능하다. 매달 분변을 검사하고 체중도 잰다. 다양한 먹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며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쓴다. 포포즈는 198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활동을 시작해 부적절한 환경에 있는 곰, 대형 고양이과 동물, 오랑우탄 등을 구조해왔다. 베트남에서는 2014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2016년 건물을 짓고 2017년부터 곰들을 구조했다. 땅은 정부로부터 임대하고 생추어리를 포포스에서 운영하는 구조다.

생추어리가 위치한 닌빈 지역과도 협력했다. 함께 곰 소유자들을 설득해 결국 이 지역에서 모든 곰 쓸개즙 농장을 없앴다. 또 닌빈 관광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생추어리 일부도 올해 2월부터 일부 개방했다. 직원들이 지역 학교 학생들에게 곰과 관련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28명이 교육, 지역민과의 소통, 수의학적 관리, 동물 관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지역 주민도 있다. 생추어리 한편은 공사 중이었다. 앞으로 면적을 10만㎡까지 늘려 곰을 44마리 정도 받을 예정이다.

베트남 닌빈에 있는 곰 생추어리. 양효진 수의사 제공

지나오는 길에 본 트럭과 주변 개발 상황을 물었다. 건물에 쓰일 돌을 캐는 광산산업이 진행 중이지만 닌빈과 논의 끝에 2019년까지만 하기로 했다고 했다. 생추어리의 존재가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야생동물 한 마리 한 마리를 구조하는 동안에도 자연은 파괴된다. 그 사이 사라지는 생명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생추어리가 개발을 막은 덕에 그 모래 위에 다시 싹을 틔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곰을 사육해 10년이 넘으면 도살 후 쓸개를 빼 판매할 수 있다. 500마리가 넘는 곰들이 있고, 잘 보이지 않는 곳 어딘가에 갇혀 쓸개즙을 위해 죽음을 기다린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다행히도 국내에 이런 곰들을 위한 생추어리를 만들고자 노력 중인 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문 베어(Project Moon Bear)’가 활동을 시작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해외 곰 생추어리를 방문하고, 국내 곰 농장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협조를 얻어 얼마 전부터 방문 조사를 시작했다. 포포즈 베트남 담당자에게 한국 곰 생크추어리의 현실화를 위한 방안을 물었다. 동물복지, 자연 보전, 생태 관광에 관심이 있는 지역을 찾아 논의해보라고 답했다. 곰들에게 남은 생을 편안히 보낼 보금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곳이 분명 우리나라에도 있으리라 믿는다.

글ㆍ사진=양효진 수의사

베트남 닌빈에 있는 곰 생추어리. 양효진 수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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