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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지지율 30% 돌파에 자신감, 강한 존재감 보이며 투쟁 선봉에 
 “연설 한방으로 이미지 뒤집어” 당내 리더십도 한층 힘 실릴 듯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까스로 문을 연 3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수렁에 빠질 조짐이다.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강성 연설이 복병이었다.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전국민적 인지도를 발판 삼아 비교적 합리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던 그가 왜 윤리위 제소까지 불러올 수 있는 승부수를 던졌을까.

이번 연설은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란 점에서 그가 내놓을 메시지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렸다. 약 1주일간의 준비 기간 동안 대안정당 이미지를 심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강도가 셌다. 후반으로 갈수록 “헌정농단 경제정책”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 센터”, “좌파 포로정권”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와 같은 원색적인 비판이 대거 포함됐다.

그의 변신을 놓고 우선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 만큼 불가피한 변화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한 야성을 발휘해야 할 야당 원내대표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여당 중진 의원 시절의 ‘모범생’ 스타일과 결별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원외에 있고, 그간 당에서 저격수 역할을 담당해 왔던 홍준표 전 대표,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이 2선으로 후퇴한 상황이라 나 원내대표가 싸울 줄 아는 강한 면모를 인정받으면 존재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연설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원내대표 취임 초기 보였던 원내 전략의 실패를 이번 연설로 만회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어렵게 성사시켰지만 ‘결정적 한방’ 없이 싱겁게 끝이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 등에 반발하며 5시간 30분짜리 의원 릴레이 단식을 한다고 했다가 당 안팎에서 조롱을 사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영남지역 한 의원은 “최근 의원들 사이에서 ‘나 원내대표가 열의는 넘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피로감만 크고 성과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설 한 번으로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여야 4당이 한국당을 빼고 선거제 개편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나 원내대표의 강성 발언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나 원내대표가 강력한 대여 투쟁과 지지층 결집을 통해 한국당을 고립시키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여기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마침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서는 등 당 안팎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관계자는 “최근 경제 악화, 미세먼지 문제로 정부ㆍ여당을 향한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대정부 투쟁에 동력이 붙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당내에선 나 원내대표가 여당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에도 끝까지 당황하지 않고 선명한 메시지와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아 향후 원내 사령탑으로서 그의 리더십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거친 연설에 강하게 반발했다가 오히려 나 원내대표를 띄워준 셈이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로서 정부ㆍ여당에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당이 하나가 돼서 대응하게끔 만들지 않았느냐”라며 “성공한 연설”이라고 전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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