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당국 ‘안전’ 선언에도...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 불안 확산

입력
2019.03.12 16:59
수정
2019.03.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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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창이공항 계류장에 서 있는 미국 보잉사의 B737 맥스 8 여객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싱가포르 창이공항 계류장에 서 있는 미국 보잉사의 B737 맥스 8 여객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157명 전원이 숨진 가운데, 미국 항공당국이 사고 기종인 보잉사(社)의 ‘B737-맥스(MAX) 8’ 항공기에 대해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airworthy)”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189명 사망)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동일 기종이 또다시 추락했는데도 안전성을 자신하는 자국의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기체 결함이 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국가 또는 항공사들이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시킨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미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 B737 맥스 8 항공기의 안전성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성명을 통해 “외부의 보고서는 이번 사고와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사고의 유사성을 가리키고 있다”면서도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보잉사의 상업용 항공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전성 평가ㆍ감독을 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어떤 결론을 내리거나 조치를 취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AA 입장이 여러모로 의문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미국과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은 지난해 10월 29일 라이온에어 추락사고 원인과 관련, B737 맥스 8의 소프트웨어 일부 오작동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해당 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안전 진단을 내린 건 의아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FAA는 이날 “보잉 측에 4월까지 항공기 설계 변경을 요구할 것이며, 훈련 매뉴얼 개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NYT는 “FAA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승무원과 조종사들의 불안감이 크다. 세라 넬슨 미 승무원 노조위원장은 “전 세계가 5개월 사이 동일 항공기에서 발생한 두 차례 재앙을 조사할 땐 규제당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FAA의 ‘보잉 감싸기’를 비판했다. 조종사노조 안전담당 간부 출신인 로우리 케이도 “우리는 신형 항공기 두 대의 갑작스런 추락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의 B737 맥스 8 운항 중지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중국(96대)과 인도네시아(14대)에 이어, 이날 몽골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항공사들도 운항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싱가포르 민간항공국(CAAS)은 12일 자국 항공사뿐 아니라, 창이공항을 드나드는 외국 항공사들도 포함해 B737 맥스 시리즈 전 기종의 비행 금지 조치를 취했다. BBC방송은 “사고 기종뿐 아니라, ‘맥스’ 계열 전체의 운항을 중단시킨 국가는 싱가포르가 최초”라고 전했다. NYT는 “세계 각국에서 최소 20개 항공사가 B737 맥스 8의 운항을 금지시켰으며, 해당 항공기도 114대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이처럼 안전성 문제가 날로 확산되자 11일 뉴욕 증시에서 보잉의 주가는 5.33%나 폭락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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