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이런 말은 왜 없어요?

입력
2019.03.13 04:40
29면

사전 이용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이 말은 (사전에) 없어요?”이다. 새로운 개념과 표현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일상어든 전문어든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경우가 많다. 이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사전’이다. 이러한 의문은 이용자들이 사전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하지만 이렇게 찾고 싶은 말이 막상 사전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전에 실릴 말을 정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이 ‘사용 빈도’이다. 그 말이 널리 쓰이는 양상이 보이면 사전에 싣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떤 말이 사전에 없는 이유를 ‘그 말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쓰이는지를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로 볼 수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전들은 새로운 말을 반영하는 속도가 꽤나 느린 편이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 역시 한 어휘가 언어 생활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그 말이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쓰였는지, 사용한 사례를 여러 자료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 사전이란 사람들의 언어 생활을 앞서가기보다는 뒤따라가는, 꽤나 느리고 보수적인 매체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사전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전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어휘의 보편적 쓰임을 우선 순위에 놓기보다,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표현 대다수를 사전에 실어 기록해 두는 것을 중요한 역할로 삼는 사전이라면 그 사전은 이전의 것들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말을 담게 될 것이다. 찾는 말이 사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사전들의 ‘조금 느린’ 성격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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