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비친세상] 말은 안했지만 암묵적 합의? 성폭행 마사지사 결국 징역형

입력
2019.03.10 16:01
수정
2019.03.11 12:37
13면

김씨 “말하진 않았지만 암묵적 합의 있었다” 주장에

법원 “골반 등 강하게 잡아 피해자 반항 못하게 제압”

마사지 업소의 선전 간판.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사지 업소의 선전 간판.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3월 경기 일산의 한 마사지 가게에 갔던 손님 A씨. 전신 아로마 마사지를 받던 중 해괴한 일을 당했다. 마사지사로 들어온 김모(56)씨가 속옷을 강제로 벗기고 은밀한 부위를 주물럭대더니 침대로 올라와 성관계를 했다. 현장을 빠져 나온 A씨는 이틀 뒤 성폭행 신고를 하면서 당시 입었던 옷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경찰에 신고한 뒤에도 김씨의 해괴한 언행은 이어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관계를 원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성관계 도중 소리를 지르는 등 저항을 하지 않았고, 마사지가 끝난 뒤 마사지 가게의 쿠폰에 사인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성폭행이 아니라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 주장했다. A씨에게 “눈빛이나 몸짓 하나하나가 뭔가를 원한다고 느꼈다. 일방적으로 한 것처럼 표현하면 입장이 곤란해진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강간죄 구성 요건인 ‘의사에 반하는 폭행이나 협박’의 존재 여부였다. 김씨 측은 성관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물리적 힘의 행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ㆍ2심과 대법원은 성폭행 사실을 모두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최종 확정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정보 공개ㆍ고지 및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법원은 A씨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김씨가 뒤에서 아랫배와 골반을 세게 잡고 있었고 힘이 무척 강해서 내 목을 꺾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제압당한 A씨가 ‘으, 으’라고 소리치는 등 나름대로 가능한 저항을 했으며, 범행 장소인 마사지실이 의식적으로 내부를 살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간음 이전에 물리적 힘의 행사가 없었더라도 간음행위와 동시 또는 직후에 피해자를 항거할 수 없게 하거나 제압했다”고 판단했다. 마사지가 끝난 뒤 쿠폰에 사인을 한 행위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김씨 측 주장에 대해선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A씨 진술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