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서는 전두환, 5ㆍ18 망언 종지부 찍나

입력
2019.03.10 15:57
수정
2019.03.11 00:5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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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만에 ‘5ㆍ18 피고인’… 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사건, 11일 광주지법 출석 

[저작권 한국일보]5ㆍ18민주화운동을 왜곡 서술해 출판ㆍ배포가 금지됐던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저작권 한국일보]5ㆍ18민주화운동을 왜곡 서술해 출판ㆍ배포가 금지됐던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1996년 광주 5ㆍ18 내란죄 등으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법정에 선다. 전 전 대통령이 5ㆍ18 관련해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과 관련한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두 차례 피고인 출석을 거부해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이 발부된 상태다.

광주지법(형사단독ㆍ장동혁 부장)은 11일 오후 2시30분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전 전 대통령의 원활한 의사 소통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순자씨를 피고인석에 동석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재판참석을 밝힌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광주로 향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은 재판 당일 오전 서울 자택에서 구인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전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광주지법에 도착하면 구인장을 집행하기로 했다.

또 법원은 재판을 일반인에게 공개하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참관 인원을 총 103석(우선 배정 38석ㆍ추첨 배정 65석)으로 제한했으며 경찰에 청사 주변 경호 인력 배치를 요청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3일 출간한 회고록에서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게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가 지난해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같은 해 8월 27일 첫 공판 기일 때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두 달 뒤인 10월 1일로 공판 기일을 연기했으나 전 전 대통령 측은 관할이전신청(9월 21일)을 내며 재판을 미뤘고, 올해 1월 7일 재판에서도 독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자 구인장을 발부한 상태다.

이번 전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 쟁점은 헬기사격‘고의성’논란이다. 전 전 대통령이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에 광주헬기사격의 실체를 알고서도 자신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 조 신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는지 여부다. 검찰은 다양한 자료와 여러 진술을 검토ㆍ확인한 결과, 1980년 광주에서의 헬기사격이 사실이라고 결론한 상태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이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했는지를 놓고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은 서면 진술서를 통해 ‘5ㆍ18은 자신과 무관하게 벌어졌으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한편 이날 5ㆍ18 민주화운동 광주단체들은 일제히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 전 대통령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김후식 5ㆍ18 부상자회장은“시민 학살로 권력을 훔친 전씨는 법정에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사죄ㆍ참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5ㆍ18기념재단 이사장도 “역사와 법 앞에 진실을 통해 죄를 씻길 바란다”며“39년 만에 전씨가 사죄한다면, 역사 왜곡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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