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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 입구. 한국일보 자료사진

클럽 이용자 10명 중 약 7명이 성추행과 성희롱 등 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클럽에서 성폭행 약물이라 불리는 GHB(속칭 ‘물뽕’)나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한 비율도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클럽 내 성폭력 및 강간약물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행한 이 조사는 클럽을 가본 11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응답자 가운데 약 86%가 여성이었다.

‘클럽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77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경험에 대해 적은 서술형 답변을 종합하면, 여러 남성이 여성을 조직적으로 에워싸고 룸으로 데려가려고 하거나 싫다는 뜻을 명백히 밝혀도 집요하게 따라오며 작업을 건 경우가 많았다. 동의 없이 여성의 신체를 만지거나 남성의 특정 부위를 밀착하는 식의 성추행은 일상적이었다.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부각된 물뽕 같은 약물에 대한 공포도 상당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5명이 “남이 건네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시던 술을 둔 채로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멀쩡해 보이던 여성이 몇 분만에 인사불성이 돼 남성 등에 업혀 나오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도 했다. 약물을 실제 먹어봤냐는 질문에 20명은 “마셨거나 마신 걸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이들은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거나 의식을 잃었던 경험을 그 근거로 들었다. “주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술을 마시고 바로 쓰러졌다” “구토를 반복하다 정신을 잃었다”는 대답들이 많았다. 클럽 측의 무성의한 대응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응답자 중 47%는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클럽 직원들이 대부분 묵인했다”고 답했고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여성운동가들은 클럽이 성범죄 치외법권이라 비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남성은 유료로, 여성은 무료로 입장시키는 클럽의 운영 정책만 봐도 클럽은 여성을 성상품으로 삼는 장소”라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들은 8일 오후 클럽 내 성폭력을 규탄하는 ‘버닝 워닝(BURNING WARINING)’ 행사를 진행한다. 강남 유명 클럽 아레나가 있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시작해 버닝썬이 있었던 9호선 신논현역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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