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카레이서 이진욱의 캐딜락 'CT6 터보' 인제스피디움 시승기

입력
2019.03.07 08:02
카레이서 이진욱이 캐딜락 CT6 터보 시승에 나섰다.
카레이서 이진욱이 캐딜락 CT6 터보 시승에 나섰다.

“이건 너무 가학적인 시승이 아닐까”

카레이서 이진욱이 노려 보며 말했다. 주행을 위해 드라이빙 슈트를 입은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바로 캐딜락 CT6 터보의 키였기 때문이다. 이진욱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캐딜락 CT6 터보와 함께 코스로 진입했고, 그렇게 주행을 시작되었다.

KSF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과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아반떼 컵 등 국내 아마추어 및 프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고, 또 최근에는 모터스포츠 해설 활동을 펼치고 있는 카레이서 이진욱은 과연 캐딜락 CT6 터보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래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캐딜락의 달라진 자세를 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정말 놀라운 구성이다.

이런 가격의 이런 차량이 캐딜락에서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캐딜락 CT6 터보는 ‘캐딜락의 변화’가 담겼다. 이렇게 큰 차량에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얹은 그 결정 체가 ‘캐딜락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그 만큼 ‘다운사이징’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과감하고 도전적인 결정은 유래 없을 합리적인 세단을 탄생시켰다. 여느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세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넉넉한 체격과 넓은 공간, 효율성과 일상적인 주행을 모두 담아냈다. 게다가 매력적인 가격표까지 달았으니 이는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주행 직전까지 이 차량으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CT6 터보에 담긴 경량화의 성과를 느끼다

합리적인 플래그십 세단인 CT6 터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가벼운 공차중량’에 있다.

실제 캐딜락 CT6 터보는 여느 E 세그먼트 세단들과 유사한 1,73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캐딜락은 이러한 공차중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CT6에서 AWD 시스템과 V6 엔진을 거두고 후륜구동과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더했다.

덕분에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내내 ‘이렇게 큰 차량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 비해 훨씬 더 경쾌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경쾌함은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반 도로보다 수준 높은 움직임을 요구하고, 보다 기민한 조향이 필요한 서킷에서 경험하게 되니 그 경량화의 성과를 더욱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럽지만 부족하지 않은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

캐딜락 CT6 터보는 캐딜락 ATS와 CTS 등에 적용되었던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새롭게 손질했다.

차량 무게가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269마력과 41.0kg.m의 토크로도 서킷 주행에서 출력의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기존의 캐딜락 ATS, CTS 등과 비교한다면 ‘출력의 전개’를 보다 부드럽게 조율했다. 가속력 자체는 상당한 편이지만 발진 순간의 즉각적인 가속감은 ATS나 CTS에 비해 한층 진중하고 담담한 편이다.

이를 두고 답답하다고 평할 수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도 서킷 주행을 전제로 한다면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하지만 CT6 터보의 주 무대가 일반 도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합리적이고 마땅한 셋업이라 생각한다.

변속기는 또한 이러한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스포츠 모드 시에 업시프트는 여전히 빠르고 기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승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변속 시의 충격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려는 모습이 느껴졌다. 다른 토크 컨버터 변속기와 같이 다운 시프트는 살짝 소극적인 편이다.

후륜구동의 즐거움, 밸런스를 갖추다

캐딜락 CT6 터보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대형 세단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차체와 후륜구동 고유의 감성을 잘 살려낸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량의 선회도 생각보다 빠르면서도 차체의 무게가 가벼운 편이라 코너 진입 시에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차량의 휠 베이스가 상당히 긴 편이라 전륜의 움직임을 후륜이 따르기에 민첩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너를 진입하고 또 탈출하는 상황에서 드라이버가 원하는 만큼 ‘후륜을 적극적으로 흘려주는’ 후륜구동의 질감을 솔직히 드러내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차량의 길이감’이 크게 부담되는 건 아니었다.

하체의 셋업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감성을 연출한다. 코너를 진입할 때면 차체의 충분한 롤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드라이버가 그려둔 드라이빙 라인을 벗어나진 않아 캐딜락 특유의 ‘부드럽지만 포용력 높은’ 셋업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할용해 드라이빙을 한다면 제법 페이스를 높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아쉬움

차량의 크기와 차량이 추구하는 셋업, 그리고 서킷에서의 움직임이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빠른 페이스로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인제스피디움의 큼직한 코너에서 의도적으로 후륜을 흘리며 ‘후륜의 즐거움’한 껏 강조하며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어 정말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2~3랩을 달리고 나면 아쉬운 부분이 곧바로 드러난다. 바로 타이어다.

물론 캐딜락 CT6 터보는 말 그대로 일상을 위한 차량이기 때문에 고성능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이 아니다. 그렇기에 연이은 서킷 주행에서 타이어가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 코너 진입을 위해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몇 번 밟으니 어느새 타이어가 지면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굳이 지적하자면 브레이크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2~3랩까지는 충분한 성능을 유지하는 편이지만 그 이후로는 브레이크 성능이 하락하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컴포트 세단의 브레이크가 서킷 주행을 이정도 버틴다’라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캐딜락 CT6 터보의 본질을 말하다

최근의 캐딜락들은 정말 드라이빙 부분에서 우수한 매력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캐딜락 CT6 터보는 이러한 고려 없이 ‘합리적인 패키징’을 최우선으로 한 차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캐딜락 CT6 터보 또한 서킷에서 달려보니 합리성 아래에는 다시 한 번 캐딜락 만의 충분한 매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타이어와 브레이크 부분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의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존재라 생각되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취재협조: 카레이서 이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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