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줄여서 사기사건 쫓게 해주세요

입력
2019.03.05 04:40
수정
2019.03.05 12:46

[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2>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건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건을 수사했던 윤종탁 경감. 박진만 기자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건을 수사했던 윤종탁 경감. 박진만 기자

“한국이 ‘고소공화국’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야, 진짜 피눈물 나는 피해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수사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겁니다.”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건을 수사했던 윤종탁 경감은 4일 이렇게 말했다. 사기 수법과 규모는 날로 정교해지고 커져가지만 수사관들은 온갖 고소ㆍ고발 사건에 치여 허덕댄다는 얘기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사건은 60만5,090명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 이 가운데 진짜 재판으로 이어진 경우는 3만8,100건에 불과했다. 불기소 처분은 34만7,263건으로 절반을 넘겼다. 상대에 대한 압박, 거래 등을 위한 고소가 많다는 얘기다.

민사를 형사사건화하는 경우도 많다. 채권 추심을 위해 경찰에 고소장을 내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일부 변호사들의 영업 행태도 이를 부추긴다. 민사사건에서 형사소송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신들의 민사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모으기 위해 경찰을 이용하는 셈이다. 윤 경감은 “이런 불필요한 사건 부담만 줄여도 큰 사건 수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소ㆍ고발 요건을 강화해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입건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액 사건이나 피해변제가 이뤄졌을 경우 고소장을 반려하는 제도 같은 경우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민사와 형사를 분리하기 위해 형사사건 증거를 민사에서 쓸 수 없도록 한다거나 민사 사건으로 판단될 경우 고소장을 반려한 뒤 이의제기를 받는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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