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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판사가 알지 못한 내용 담고, 자주 쓰기보단 제대로 써야 
게티이미지뱅크

잘 쓴 반성문이나 탄원서는 분명히 형사 재판의 양형 등에 꽤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고인의 진솔한 반성이 제대로 전달되면 형량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의 생생하고 절절한 탄원서는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유ㆍ무죄는 물론, 양형까지 결정해야 하는 판사는 탄원서ㆍ반성문을 보고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알고 싶어한다. 판사가 꼽는 좋은 탄원서ㆍ반성문의 요건은 세 가지다.

우선 반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피해자가 받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합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든지 공탁금을 내는 것을 병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피해자가 딱히 없는 사건, 가령 마약복용의 경우도 마찬가지.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재활센터에 미리 등록하는 식의 재활 의지를 드러낸다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판사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풀어준 피고인이 나가자마자 재범을 하는 것”이라며 “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핵심은 의견서 같은 공식문서에 표현하기 어려운 진솔한 마음을 담는 것. 이미 법정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성문이나 탄원서에서 두 번, 세 번 읊을 필요는 없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건 경위나 사건 전후 피고인의 심정 등을 진솔하게 표현하면 판사 또한 ‘죄는 저질렀지만 피고인 입장에선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며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이럴 때는 형량을 정할 때 고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자주 쓴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판사들은 “한 번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분량도 A4용지 한두 장 정도가 적당하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반성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같은 내용의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여러 번에 걸쳐 수십 수백 장씩 쓰는 건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간혹 본인이 직접 쓰면 더 진정성이 있을 거라 생각해 육필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는데, 육필이든 워드로 쳐서 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법판사도 “여러 사건을 한 번에 처리하다 보면 A사건의 반성문과 B사건 반성문의 필체와 내용이 같거나, 같은 피고인의 반성문 필체가 매일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남의 손을 빌리면 금방 티가 나니 이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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