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용국가 실현은 지식역량 강화로

입력
2019.03.28 04:40
29면

로마제국, 몽고제국, 대영제국, 그리고 오늘날 미합중국까지 제국을 이룬 배경은 ‘혁신’과 ‘포용’이다.

정부가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혁신적 포용국가’는 기존 발전국가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의 비결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포용국가는 차별과 소외 없이 경제ㆍ사회적 약자와 함께 잘 사는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포용성장 개념을 확장한 사회ㆍ경제 통합모델로서, 한국이 개발한 세계적 모델이다. 북유럽 노르딕국가의 복지모델이 원조다. 복지국가는 사회보장을 중시하지만 포용국가는 국민역량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진일보했다. 사회보장만으로는 사회적 역동성과 경제발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역량이 강화되어야 국가ㆍ사회적 차원의 ‘역량-성장-분배’ 선순환이 가능하다. 가정ㆍ개인 차원에서 보면, ‘역량-고용-소득’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구조다.

역량주도 성장과 이로 인한 일자리와 개인소득 증대가 포용국가의 핵심전략이다. 슘페터의 공급중심 혁신주도 성장과 케인즈의 수요중심 소득주도 성장을 통합한 것이다. 역량주도로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원리다. 몇몇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국민역량을 중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창조적 학습사회를 통해 사회ㆍ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폴 로머는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면서 ‘역량-소득’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어떻게 국민역량을 강화할 지가 관건이다. 국민역량은 혁신역량과 포용역량으로 대별해볼 수 있다. 혁신역량은 지식과 기능 중심의 인적 자본이다. 포용역량은 신뢰와 협력 중심의 사회적 자본이다.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창조적 학습과 연구개발을 통해 지적 능력과 과학기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카이스트 재임 시에 보니, 우리 과학영재들은 혁신역량이 우수하지만 포용역량이 부족하다.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행한 2018년 국제경쟁력보고서(GCR)에서 한국은 2단계 상승해 140개국 중에서 종합 15위가 됐다. 하지만, 8위를 한 혁신역량에 비해 사회적 유대ㆍ다양성(80위), 협동문화(50위), 노동시장(48위) 등 포용역량은 하위권이다.

포용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팀워크 훈련과 사회참여를 통해 협동과 대화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팀워크와 의사소통 훈련을 학교와 직장교육에 편입해야 한다. 자원봉사와 기부ㆍ자선활동도 활성화해야 한다. 일반적 차별방지법 제정도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도 포용사회 필요조건이다. 다문화가정과 소수자 포용도 중요하다. 이로써 다양성ㆍ관용성ㆍ유연성을 갖고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포용국가 담론에서 혁신과 포용의 균형·조화가 중요하다. 아직 국가 혁신역량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GCR에서도 연구개발비와 ICT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창조적 사고력(90위), 도전적 기업가정신(77위)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 괴리를 메울 수 있는 국가적 담론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기술 혁신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도 그 일부다. 지식경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단순ㆍ반복적 제조역량보다 창조ㆍ도전적 지식역량이 중요해졌다.

지식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지식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민의정부에서 추진했던 국가정보화처럼 국가지식화는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의 실천방안은 데이터화, 지능화, 지식화다. 데이터 생산ㆍ공유ㆍ보호를 글로벌 수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한다. 스마트공장, 농장, 도시, 에너지망은 국가지능화의 일환이다. 인공지능이 교육, 국방, 행정, 의료에 적극 도입돼야한다. 지식재산의 보호와 육성도 강화해야 한다. 그 종착역은 지식국가다. 데이터 자원, 사이버 영토, 그리고 디지털 주권을 가진 창의적 시민으로 이뤄진 국가다. 국가지식화는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거대 플랫폼이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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