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자체 평가 보편적 복지의 밑거름 되길

입력
2019.02.25 04:40
30면

한국일보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공동 실시한 ‘2019 전국지방자치단체평가’(본보 2월18~23일자)가 마무리됐다.

전국 245개 지자체 중 특별ㆍ광역시(7개ㆍ세종시 제외), 광역도(9개), 인구 50만명 이상 시(15개), 50만명 이하 시(60개ㆍ제주, 서귀포시 제외), 자치구(69개), 농어촌(군 단위 82개) 등 24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정력, 행정서비스, 주민만족도(설문조사) 등을 지수화해 평가하는 이 작업은 2017년 시작한 이래 올해가 3번째다.

첫해 재정력(45%) 행정서비스(45%) 주민만족도(10%)였던 평가 비중을 지난해부터는 재정력(30%) 행정서비스(50%) 주민만족도(15%) 및 지방자치경영대전(5%)으로 보다 세분화했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비중으로 평가를 했다. 다만 올해는 행정서비스 부문에서 행정지표의 개수를 늘렸다. 매년 각 항목의 비중을 조절하거나 평가 지표를 추가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는 것은 군인들이 소총 3발을 쏘아 과녁에 형성된 탄착군을 토대로 영점을 잡듯, 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지표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서울 경기 등 재정력이 뛰어난 지자체의 성적이 뛰어났다. 서초구(서울), 성남시(경기), 기장군(부산) 등도 재정력이 뛰어난 광역단체 산하의 기초단체다.

이들 지자체의 대다수 정책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행정서비스와 맞닿아 있다. 50플러스재단의 인생학교(서울)는 인생 제2막 설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고, 청년배당ㆍ무상교복ㆍ출산지원(경기) 등은 직접적인 복지혜택이야말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복지관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산후조리비 지원(성남), 면접정장무료대여(군포), 취준생 무료컨설팅(서초구) 등 기초단체들의 정책 역시 주민친화형 복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야구장 운영(기장군), 유네스코 지질공원 관광화(청송군) 등을 통해 인구 감소로 침체 위기에 놓인 지역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농어촌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눈여겨 봐야 한다.

재정이 우수한 지자체 중 첫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가 지난 해 평가에서 다소 하락했던 곳(경기도, 성동구 등)이 올해 다시 약진을 한 것도 놓칠 수 없다. 첫해 평가에서 비중을 많이 뒀던 재정력을 줄이고 행정서비스와 주민평가 비중을 올린 결과 순위의 변동이 생긴 측면도 있긴 하지만, 1년 만에 주민이 만족할 만한 행정서비스를 토대로 재도약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각 지자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민 만족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들여다 보는 지자체 평가의 취지에 들어맞는 사례다.

광주, 제주, 부천시, 춘천시, 부산 동구, 옹진구 등은 지자체와 단체장의 노력에 의해 예년에 비해 행정서비스 개선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본보의 평가가 궁극적으로 이런 지자체를 발굴하는 데 있는 만큼 의미가 있다.

주민설문조사를 통한 지자체 단체장의 평판은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교감과 도덕성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박원순(서울) 염태영(수원시) 고윤환(문경시) 조은희(서초구) 심민(임실군) 등 주민만족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단체장은 모두 재선 이상을 거친 지명도 있는 인물들로 누구보다 부지런히 주민들과 접촉했다. 대선주자급 지명도를 가진 이재명 경기지사가 초선인 김영록 전남지사에 이어 광역도 단체장 중 2위에 그친 것도 도덕성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평가에서 매년 하위권 성적에 머무르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부분 재정력이 열악하다 보니 이렇다 할 복지정책을 펼 여력조차 없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런 지자체가 다수 존재하는 한 풍부한 재정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우수 지자체의 복지정책은 결코 포퓰리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펼치는 보편적 복지야 말로 진정한 복지다. 소외된 지자체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 한국일보]지자체-규모별-종합순위/ 강준구 기자/2019-02-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지자체-규모별-종합순위/ 강준구 기자/2019-02-22(한국일보)

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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