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핵 동결-연락사무소 넘어 북미 ‘하노이 큰 그림’ 나올 수도

입력
2019.02.19 20:00
수정
2019.02.19 22: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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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하노이 공동성명’… 초기 비핵화ㆍ상응조치 협상 주력할 듯

적대 청산 ‘싱가포르 성명’ 뒷받침… 세분화한 비핵화 로드맵 담을 수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가운데)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를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에게 묻는다'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트 연구원, 이수혁 한국외교안보포럼 회장(민주당 의원). 뉴스1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가운데)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를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에게 묻는다'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트 연구원, 이수혁 한국외교안보포럼 회장(민주당 의원). 뉴스1

예고된 대로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첫 회담 때처럼 공동성명 형태의 합의문이 도출될 공산이 크다. 현재 양측은 6~8일 평양 실무 협상을 통해 우선 상대방의 의제별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양측 협상팀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하노이 공동성명’ 문구 조율 작업은 이르면 21일쯤부터 시도될 듯하다.

그간 각자 공언들로 미뤄 영변 핵 물질 시설 동결(가동 중단) 또는 폐기 착수와 연락사무소 개설, 불가침ㆍ평화 선언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북미가 주고받을 게 유력한 초기 비핵화ㆍ상응 조치다. 그러나 이는 가장 ‘작은 거래’(스몰 딜)일 뿐이고, 보유 핵 무기까지 포함된 포괄적 핵 리스트 신고와 대북 제재 완화 약속이 교환되거나 완전한 비핵화라는 협상 출구에 이르는 로드맵이 성명에 포함되느냐가 ‘큰 거래’(빅 딜)의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번에는 북한 비핵화 조치부터

일단 북미 간 70년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돼야 그 결과로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논리 구조에서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초점이 맞춰지고 상응 조치가 뒤따르는 전통적인 북미 합의문의 구조로 이번에는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범주의 경우 싱가포르 회담 때 세워진 4개 기둥 중 6ㆍ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을 제외한 △새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3개에, 비핵화 보상 중 미국이 강조하는 경제 번영 정도가 추가될 수 있다. 의제는 비건 대표가 우리 국회 방미단에게 밝힌 대로 12개 안팎으로 추려졌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 전언이다. 각 범주마다 3개가량의 아이템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짐작된다.

하노이 성명에 기본적으로 담길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점치는 아이템은 △전문가 참관 하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이행 및 지난해 5월 폐쇄된 풍계리 핵 실험장의 전문가 검증 △영변 핵 시설 동결 및 조속한 신고 약속 △상시 북미 연락사무소의 평양 내 개설 △종전선언 또는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남ㆍ북ㆍ미ㆍ중 협상 개시 등 북미의 초기 단계 비핵화ㆍ보상 행동들이다. 인도적 대북 지원 활성화도 합의될 법한 미측의 상응 조치다.

양측이 더 나아갈 의지가 있다면 철저한 검증이 동반되는 영변 밖 모든 핵 시설 동결 및 폐기 용의 표명과 미군 전략 자산이 동원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중단, 금강산관광ㆍ개성공단, 철도ㆍ도로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 대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면제 등 제재 완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가입 허용이나 대북 투자ㆍ융자 지원 등 경제 보상을 맞바꿀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 대북 정유 제품 공급 상한선 상향도 간혹 거론되는 제재 완화 방식이다.

◇핵 폐기ㆍ제재 해제 로드맵 나오면 ‘빅 딜’

핵 물질ㆍ탄두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현재 북한이 보유 중인 핵 무기의 감축ㆍ폐기 이행 의지 및 계획, 각 단계 일정, 최종 시한과 이에 상응하는 북미 관계 정상화(수교) 및 평화협정 체결, 제재 해제 일정ㆍ시한 등 협상의 출구에 해당하는 비핵화ㆍ상응 조치까지 성명에 명시되고 출구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까지 포함되면 최대치의 거래 결과다. 하지만 회담까지 남은 1주일 남짓 동안 그 수준까지 양측이 합의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포괄적 핵 리스트 신고 시점이 포함된 실무 협상 로드맵 관련 약속을 하노이 성명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합의보다 합의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내가 직접 관여한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결국 무산된 건 협약을 이행하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합의 체결 자체보다는 실질적 협약 이행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모두 성과가 절박한 만큼 초기 조치뿐 아니라 전체 비핵화 경로 그림은 만들어낼 것”이라며 “액션 플랜(구체적 이행 계획)으로의 연속성은 ‘향후 30일 내에 이행 상황을 논의할 워킹 그룹을 구성ㆍ운영하는 방안에 합의한다’ 수준의 단서 조항을 성명 말미에 넣는 식으로 담보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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