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우나 큰 불, 또 스프링클러 없었다

입력
2019.02.19 16:54
수정
2019.02.20 00:3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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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 사우나 화재… 노후한 건물 소방시설 사각지대

19일 오전 대구 중구 포정동 사우나 화재 현장에서 출동한 119구조대가 고가 사다리차로 고립된 사람을 구조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9일 오전 대구 중구 포정동 사우나 화재 현장에서 출동한 119구조대가 고가 사다리차로 고립된 사람을 구조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도심 사우나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 불은 발생한지 16분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노후화한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탓에 인명피해는 컸다. 2017년 말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이후에도 소방시설 강화를 의무화한 관련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7시11분쯤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7층 상가아파트 건물 4층 대보사우나에서 불이나 이모(64ㆍ경북 포항시) 박모(74ㆍ대구 중구)씨 2명이 숨지고 하모(76)씨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78명이 연기흡입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나자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대응 1단계를 선포하고 소방관 159명과 펌프차 등 소방장비 58대를 출동, 신고접수 16분만인 이날 오전 7시27분쯤 완전 진화했다. 화재현장의 비상벨이 소방서와 바로 연결돼 있어 화재발생 사실을 즉시 알 수 있었고, 교통소통이 원활해 신속한 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는 의외로 컸다. 남녀 사우나 이용객과 아파트주민들은 비상벨 소리를 듣고 대부분 대피했지만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화상 내지 대퇴부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다. 5~7층 107세대에 거주하던 아파트주민 상당수도 옥상 등에 대피해 있다가 119 고가 사다리차 등으로 구조됐다.

피해가 큰 것은 사우나 남탕 입구 쪽에서 불이나 출입구가 막힌데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유독가스가 탕 안으로 급속하게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 사우나 화재 현장. 그래픽=김문중 기자
대구 사우나 화재 현장. 그래픽=김문중 기자

불이 난 사우나는 건물 준공 직후인 1980년 9월에 문을 연 곳이어서 의무가 아니다. 1977년 건축허가를 받아 1980년 7월 사용승인(준공검사)이 났다. 아파트는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사전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하 1층~지상 3층은 백화점이 입주한 1,000㎡ 이상 판매시설에 해당돼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불 난 사우나가 있는 4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또 건물이 워낙 낡아 자체 상가관리위원회 측이 민간 전문업체에 의뢰해 정밀소방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보수도 이뤄졌지만 지적사항은 끊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과 7월 실시한 점검에서도 다수의 지적사항이 나와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윤종진 대구 중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2개팀 등 53명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날 오후 2시부터 1차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또 대구시도 이날 오전 현장에 도착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사후수습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김부겸 장관은 “다중이용시설 스프링설치 의무 규정을 강화했지만 법률 소급적용이 안 돼 설치를 독려하지만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우나 업주가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아 보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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