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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학교도 가지 못하고 호텔과 식당을 고를 자유도 박탈당했던 시기.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의 미국입니다.

오늘 프란이 선택한 콘텐츠는 실화를 모티브로 '차별'을 다룬 영화 <그린북> 입니다.

흑인 수리공이 쓰던 컵을 버릴 정도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이탈리아계 백인 토니 발레롱가.

직장을 잃은 그는 어떤 '박사'의 운전기사 자리를 소개받습니다. 면접 자리에 나타난 사람은 흑인이자 유명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 인종차별이 극심할 남부 순회공연을 앞두고 운전기사를 구하는 중이었죠. 당장 다음 주 집세를 걱정할 처지였던 토니는 순전히 돈 때문에 박사와 동행합니다. 영화 제목이자, 토니가 음반회사로부터 받은 책 이름이기도 한 <그린북>은 남부에서 흑인이 들어갈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을 소개하는 여행 책자입니다. 길가에 쓰레기를 떨어뜨리면 되돌아가 주울 정도로 고지식한 박사의 성격 때문에 두 사람의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댑니다.

하지만 남부로 내려갈수록, 공연이 계속될수록 흑인에 대한 차별은 더 공공연해지고, 토니는 흑인들의 분노에 공감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무척 교훈적인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흑인이란 이유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고, 술집에서 얻어맞는 박사를 구해주는 사람이 언제나 백인인 토니라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비속어도 쓰고, 폭력도 행사하지만 솔직해서 인간적인 토니의 캐릭터에 비해 외톨이에, 교양만 따지는 샌님 같이 그려진 박사의 캐릭터 또한 아쉽습니다. 

하지만 흑인은 약자, 백인은 강자라는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체성을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숙소도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흑인이자, 성 소수자지만 돈 걱정 없이 사는 박사와 아무 데서나 묵을 수 있는 백인이자, 이성애자이지만 다음 주 집세를 걱정하며 사는 토니, 두 사람의 삶을 대조해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한없이 약자인 줄 알았던 우리 스스로가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는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

"언제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프란이 선택한 좋은 콘텐츠, 다음 주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좋아요와 구독 많이 부탁드립니다.

박고은 PD rhdms@hankookilbo.com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조예솔 인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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