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사과하라는 일본 향해 "적반하장" 일침

입력
2019.02.18 14:57
수정
2019.02.18 18: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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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방장관 “분노 금치 못한다” 문의장 발언 철회 요구… 갈등 고조

미국 순방에 나섰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영종도 인천공항에 도착,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순방에 나섰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영종도 인천공항에 도착,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사죄해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적반하장”이라고 거듭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이 리딩 스테이트(leading state·선도국가) 자격을 가지려면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18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다시 강한 유감을 표하고 나서 양국간 냉기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5박 8일의 미국 방문을 마친 문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과할 쪽이 사과는 안 하고 나한테 사과하라는 것은 뭐냐”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으로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측의 ‘사죄하라’는 강경대응에 대해 “(일본 내에서) 코너에 몰린 아베 총리가 정략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를 더 튼튼히 할 생각을 해야 큰 정치인이 아니냐”며 “이것(위안부 문제)을 왜 끌어들여 쟁점화하느냐. (일본) 국내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달을 보라고 했더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문 의장은 “10년 전에 일왕이 한국에 오고 싶다며 나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을 때, 다른 것을 할 것 없이 무조건 할머니들 모여있는 곳에 가서 ‘미안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했다”며 “역사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고, 역사적 범죄의 피해자인 할머니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은 좀 더 크고 넓게, 성숙한 눈으로 봐야 한다”며 “리딩 스테이트 자격을 가지려면 과감하게 사과해야 하고, (독일이 하는 것처럼) 무릎 꿇는 것까지 보여주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한 문 의장의 언론인터뷰에 대해 “지난번 문 의장의 발언은 상당히 부적절했다”며 “그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하고 있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건에 대한 우리의 엄중한 입장은 반복해서 말한 대로”라며 문 의장의 사죄와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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