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실비아 리베라(2.19)

입력
2019.02.1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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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리베라는 뉴욕의 비백인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출신의 퀴어 인권운동가다. 그는 게이운동 진영 안에서도 차별당했다. bese.com
실비아 리베라는 뉴욕의 비백인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출신의 퀴어 인권운동가다. 그는 게이운동 진영 안에서도 차별당했다. bese.com

실비아 리베라(Sylvia Rivera, 1951.6.2~2002.2.19)는 미국 뉴욕의 노숙자 트랜스젠더(MtoF) 성 노동자였고, 라틴계 비백인이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아버지는 리베라가 태어나자마자 가족을 버렸고, 베네수엘라인 어머니는 3세의 그를 남겨두고 자살했다. 그를 맡아 키운 할머니는 화장을 하고 여자 옷을 입고 다니는 손자를 모질게 대했다. 10살 무렵 가출한 뒤부터 그는 뉴욕 42번가에서 몸을 팔아 끼니와 잠자리를 해결해야 했다. 게이들의 위태로운 해방구였다는 뉴욕 술집 ‘스톤월 인’이 그의 거처 중 한 곳이었다. LGBT 운동가 지젤 디페어(Giselle Defares)의 전언으론, 1969년 스톤월 항쟁 당시 경찰에 맨 먼저 술병을 던진 이가 리베라였다.

그는 ‘게이 해방 전선(Gay Liberation Front)’과 ‘게이 활동가 연대(Gay Activists Alliance)’의 창립 멤버였다. 동지였던 마샤 존슨(Marsha P. Johnson)과 함께 비백인 여성 노숙자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조직 ‘STAR(Street Transvestite Action Revolutionaries)’를 조직했고, 그들의 쉼터 ‘STAR 홈’을 꾸려 운영했다.

하지만 백인 중산층 (남성) 동성애자 중심의 70년대 게이 인권운동 진영은 동성애자 인권이 더 급했던지 트랜스젠더나 트랜스베스티트(이성복장자)들을 뒷줄로 밀쳐내기 일쑤였고, ‘퀴어’하면서도 목청까지 큰 리베라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73년 워싱턴 스퀘어파크에서 열린 스톤월 항쟁 4주년 행사장 단상에 선 그는 “당신들은 나더러 꼬리 내리고 사라지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도 게이 해방을 위해 얻어맞고 코뼈 부러지고 옥에 갇히고 직장과 집을 잃었다. 그런데 뭐라고?”라며 분노했다. 분노와 절망감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고, 술과 마약에 빠져들기도 했다. 게이 운동 주류에 밀려 근 20년간 잊히다시피 했던 그는 90년대부터 활동을 재개, 뉴욕 주의 성지향반차별법(SONDA, 2003년 시행) 제정 등을 위해 헌신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회공동체는 퀴어 청소년들의 쉼터 이름을 ‘실비아의 집’이라 명명했고, 2002년 그들의 법익을 위한 ‘실비아 리베라 로(law) 프로젝트’가 설립됐다. 그가 살던 그리니치 빌리지 인근 거리는 ‘실비아 리베라 거리’란 이름을 얻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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